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하늘의 '여권따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하늘의 '여권따기'

입력
2006.07.11 17:41
0 0

여권 위ㆍ변조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지난해 9월 선보인 전사(轉寫) 방식의 새 여권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새 여권 도입 이후인 지난해 말부터 여권을 발급 받기 위해 민원인들이 새벽부터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새 여권 제작작업에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발급 기관의 발급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7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청 제1별관에 위치한 여권민원실은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백명이 몰려들어 북적댔다. 오전 8시40분부터 배부를 시작한 680장의 번호표는 불과 30여분 만에 동이 났다. 최모(42)씨는 “새 여권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국민이 이렇게 불편을 느끼는데 바꿔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종로구청 여권과 행정팀 염영섭(50) 주임은 “오전 5시면 어김없이 여권 신청을 기다리는 줄서기가 시작된다”며 “일선 구청은 외교통상부의 지침에 따라 위탁업무를 수행할 뿐이어서 뾰족한 개선책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새 여권 체계가 사진을 직접 붙이는 대신 인쇄해 넣는(스캐닝) 방식으로 바뀐 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새 방식은 사진 판독에만 최소 2~3일이 걸려 과거에 비해 발급 기관의 일일 처리 건수가 20% 가량 줄어들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주5일 근무제 확대 실시로 해외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여권 발급 수요자의 적체가 가중되기 시작했다.

접수 적체 현상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전체 여권 발급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지만 발급 기관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보다 인구가 많은 경기지역에는 6월 3곳이 여권 발급기관으로 추가 신설되기 전까지 3곳(서울 10곳)에서만 여권을 발급했다.

이에 따라 대전 등 여건이 좋은 지방으로 원정을 가 여권을 발급을 받는 진풍경이 벌어지는가 하면 접수 번호표에 웃돈을 얹어 매매하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한 서류대행 업체 사장은 “발급 대기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추가 경비도 수십만원까지 치솟는다”며 소위 ‘급행료’를 통한 은밀한 거래를 털어놓기도 했다.

외교부는 적체 사태가 장기화하자 ‘중앙집중식 지역통합 발급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 제도는 중앙에서 발급 장비와 전산망의 일괄 통제가 가능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산망 통합 작업에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장의 실효성을 논하기에는 이르다. 또 가접수제, 여권택배제, 전자여권 등 정부가 내놓은 다양한 보완책도 정작 발급 기간 단축에는 별 효과가 없어 근본적인 대안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결국 최선의 해결책은 발급 기관을 늘려 수요를 분산시키는 일이지만 부처간 이해관계가 얽혀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사전예약 시스템을 갖추자는 의견이 점차 공감을 얻고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