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 발사 이틀 전인 3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연락장교 접촉을 7일 가질 것을 제의했고, 이에 응하려던 정부는 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뒤늦게 연기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겉으로는 대화를 제의하면서 뒤로는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북한의 이중 플레이, 또 이들의 농간에 놀아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회담 제의에서 연기까지
7일 국방부와 통일부 등에 따르면 북측은 3일 낮 12시5분 남쪽에 전화통지문을 보냈다. “7일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군사회담 연락장교 접촉을 갖자”는 제의였다.
북한 군부는 지난 5월 4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꺼내 회담을 결렬 시켰고, 같은 달 25일 예정됐던 열차 시험운행마저 무산시켰다. 그래서 군부의 제의는 NLL, 열차 시험운행 등에 대한 남측의 입장을 떠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군사회담 차석대표인 문성묵 대령(국방부 북한정책팀장)을 연락장교 접촉에 내보낸다는 방침을 잠정적으로 정하고, 대응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북측은 5일 새벽 3시32분부터 총 7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정부는 하루 뒤인 6일 오전 접촉 연기를 결정하고 같은 날 오후 3시30분 북측에 접촉 연기를 통보했다. 정부는 전통문에서 “군사적 긴장완화를 논의하는 군사실무 연락장교 접촉을 제의해 놓고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7일 오전 이런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北의 이중 플레이에 놀아난 南
북측이 짜놓은 시나리오에 휘말린 정부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미사일 발사 징후가 감지된 3일 저녁 이후에도 국방부 남북대화 파트에서는 미사일 관련 정보에 무지, 회담을 추진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사일 징후가 감지됐다면, 그 사실을 공개하고 군사접촉 시기를 앞당겨 제의해 발사 중단을 공개 촉구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발사 징후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북측 제의를 수용해 시간을 보내다 뒤통수를 맞고, 첫 미사일 발사 후 36시간이 지나서야 북측에 접촉 연기를 통보한 것은 분명 어이 없는 대처다.
그러나 정부는 북측의 접촉 제의가 미사일 발사와 연계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남측을 정말 골탕 먹이려면 장성급 회담을 제안하지 낮은 수준인 연락장교 접촉을 제의했겠느냐는 논리다.
북한 군부가 비난 받아야 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1999년 6월 연평 해전 당시에도 장성급 회담을 개최하는 가운데 북한 경비정의 도발이 있었다. 어떻게든 대화 통로를 유지하려는 남측의 선의를 악용, 미사일 발사를 위한 연막을 친 것은 대화 상대로서의 원초적 신뢰를 저버린 행태라는 비난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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