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부터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을 앞두고 불법시위 자제를 호소하는 2차 담화문을 7일 발표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6개 부처 장관이 공동으로 “폭력시위는 엄중히 법적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지만, 한ㆍ미FTA 반대 목소리는 1차 협상 때보다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특히 득실을 따지기 힘들어 “지켜보자” “일단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던 중도세력까지 한ㆍ미FTA의 장점조차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허술한 자세에 불안감을 느낀 듯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여기에 북한 미사일 발사 등 국제정세도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과 같은 쟁점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터여서 정부 협상력은 이래저래 탄력을 잃고 있다.
게다가 FTA 반대그룹의 저변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농민단체나 영화인들과 같은 이해당사자뿐 아니라 시민단체, 교수단체, 여성ㆍ종교 단체로까지 합세했다. 특히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외에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잇따라 한ㆍ미FTA 반대 진영에 합류하고 있어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6일에는 이들을 포함해 경제학자 170명이 기자회견을 갖고 “한ㆍ미FTA는 한국의 제도와 관행을 미국식으로 뜯어 맞추어야 하는 불평등한 경제 협정이 될 것”이라며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이 같은 역풍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한ㆍ미FTA에 따라붙는 수많은 ‘의문 부호’들에 여전히 명쾌하게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개방을 통한 국내 서비스시장의 경쟁력 강화가 FTA 추진의 주요 이유라면, 굳이 FTA라는 형태를 통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재경부는 올해 초 10개 서비스 분야 개방 목표를 세워놓았다가 한ㆍ미FTA 추진 일정이 결정되자 이를 유보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ㆍ미FTA 때문에 오히려 서비스 개방이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시장 점유율이 늘어날 것으로 낙관하지만, 미국은 관세율이 우리보다 낮아 오히려 대미 만성적자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방기조에 전체적으로 찬성하는 사람조차 왜 미국과 이렇게 촉박하게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함께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한ㆍ미FTA의 주요 쟁점인 개성공단 상품의 한국산 인정이 사실상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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