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브리튼의 대작 ‘전쟁 레퀴엠’을 국내 초연해 화제를 모은 대전시향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으로 또 한 번 야심찬 행보를 딛는다. 야성적인 에너지로 청중을 무아지경의 엑스타시에 빠뜨리는 곡, 그러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기 가장 어려운 곡 중 하나, 그래서 국내 무대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이 곡을 13일 대전 문화예술의전당(오후 7시 30분)과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오후 8시)에서 함신익의 지휘로 연주한다.
20세기 음악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음악은 초연 당시 사상 최악의 스캔들을 일으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날 그 자리, 1913년 5월 29일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집어치우라는 고함과 욕설에 난투극까지 벌어져 27명이 다치고 경찰이 출동하는 등 전무후무한 대난동에 무대와 객석 모두 기진맥진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 곡은 봄을 맞이하여 대지를 찬양하고 살아있는 처녀를 희생 제물로 바치는 원시적 제의를 그리고 있다. 주술적이고 이교적인 내용이 초연 당시 신성모독이라는 격분을 샀다. 심장을 마구 두드리는 격렬한 리듬, 대단히 복잡하고 수시로 바뀌는 박자, 전에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색과 불협화음은 관객을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 반면 그 현장에 있었던 시인 장 콕토는 ‘야성적인 파토스가 가득 찬 교향곡, 막 태어나려는 대지, 가축의 울음 소리, 심오한 격변, 선사 시대의 목가’ 라는 열렬한 찬사를 바쳤다.
대전시향의 이번 공연은 ‘봄의 제전’이라는 대담한 레퍼토리 말고도 최고의 협연자들을 만나는 두 곡을 더 준비하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스타 피터 비스펠베이가 연주하는 엘가의 첼로협주곡, 바그너 전문 가수인 소프라노 데보라 마이어가 노래하는 바그너의 ‘베젠동크 가곡’이다. ‘베젠동크 가곡’은 마틸데 베젠동크의 시에 붙인 5개의 가곡이다. (02)751-9607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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