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런던 시내 중심가 4곳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52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700명 넘는 부상자를 낳았던 ‘7.7 런던 테러’1주년이 다가왔다.
7일 영국 곳곳에서는 추모 행사가 열린다. 낮 12시 테러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이 2분 동안 진행된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도 잠시 중단된다. 테러가 발생한 오전 8시 50분 켄 리빙스턴 런던 시장이 킹스크로스 전철역에서 희생자 영전에 꽃을 바치고 오후 6시 생존자와 유족, 시민이 참가하는 추모행사도 열린다.
영국 사회에 남은 후유증은 상당하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또 다른 테러를 막겠다며 4월부터 테러 용의자들을 재판 없이 구금할 수 있는 기간을 14일에서 28일로 늘리는 대 테러법을 시행하고 인권 침해 논란 속에서도 생체정보가 들어있는 전자신분증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런던 시 경찰국 고위 관계자는 5일 “(1년 전 보다) 테러에 대한 위험 수준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주 영국 의회는 “이슬람으로 개종한 상당수 백인들과 어린 무슬림들이 급진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테러 조직이 감시망을 피해 점 조직화 하고 전략도 치밀해 지면서 단속은 갈수록 어렵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예민해진 경찰에 의한 인권 침해 사례도 여럿 발생하고 있다. 3주전 경찰이 테러 용의자로 의심된다면서 흑인 형제가 사는 집을 급습, 발포까지 했지만 둘 다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과잉 진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슬림과 비 무슬림 사이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만 가고 있다. 당시 영국에서 나고 자란 무슬림들이 영국인을 겨냥해 일어났던 테러였기에 이후 무슬림은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7%가 “까닭 없이 적대 행위를 당했다”고 했고, 49%는 “비 무슬림들과 더 멀어졌다”고 답했다. 심지어 16%는 “테러 자체는 잘못이지만 그 뜻은 옳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상준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