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표적인 재벌 정책인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대체할 법안을 당초보다 2달 앞당겨 10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재계는 물론 여당까지'조속한 출총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시장평가 없이 졸속입법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6일 관계부처 간부와 시민단체, 재계, 국책연구원 관계자 등 11명으로 구성된 민간합동 '대규모기업집단시책 태스크포스'분과 첫 회의를 개최했다. 분과는 10월 중 최종보고서를 확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월 2회 정도 모임을 갖기로 했다.
당초 연말까지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연내 법제화를 요구한 여당의 요청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다. 또 공정거래법 뿐 아니라 세법, 증권거래법, 상법 등 관련사안에 대해서 추가로 외부전문가를 참여 시키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출총제 대안으로는 기업들의 신규 순환출자금지, 대기업들에 대한 일본식의 업종제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정해놓고 그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이유도 공시하도록 하는 영미식의 '준수 또는 설명(Comply or Explain)'제도, 주주대표소송 강화와 같은 사후규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당과 재경부 산자부 등은 기업직접규제 방식이 아닌 사후규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논의과정이 일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공정위가 외부기관에 의뢰한 출총제 평가 용역도 9월에나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재벌들의 순환출자 폐해나 출총제 효과에 대한 분석이 미흡한 상태에서 졸속입법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의영 군산대 교수는 "원래 공정위의 '시장개혁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까지 우선 면밀한 시장평가를 하도록 돼 있는데 여당 등이 엄정한 평가도 없이 폐지나 대안쪽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앞으로의 논의과정은 권오승 공정위장이 "가공자산을 만드는 재벌들의 순환출자 폐해가 있는 한 대안 없이 출총제를 폐지할 수 없다"는 소신을 얼마나 지켜낼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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