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시내 마리나 리조트 해안. 섭씨 4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속에 아지랑이 속으로 바다위에 인공섬을 만들어 분양하는 '팜 아일랜드'(팜 주메이라ㆍ팜 제벨알리ㆍ팜데이라)ㆍ'더 월드'(표 참조)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70여㎞ 해안선을 따라 두바이의 수평선마저 바꾸고 있는 인공섬 4개에 고급빌라 호텔 요트장 등 주거 및 휴양시설을 2010년까지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육지에서 4㎞ 떨어져 있는 이들 4개 인공섬은 크기가 방대한데다 모양이 독특해 달에서도 육안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세계 지도 모양으로 300여개 인공섬을 배치한 '더 월드'의 한국섬(면적 9,000평) 분양가가 250억원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들 인공섬은 두바이 정부가 각종 제한을 풀어 놀거리와 볼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회심의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두바이는 아부다비 등 걸프 연안 국가들의 넘쳐나는 '오일머니'를 붙잡아 개발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전략하에 세금 한푼 안받는 자유무역지대(Free Zone)를 확대하고,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쏟아내고 있다.
두바이는 1990년대 말 관광과 물류 중심으로 도시를 완전히 새로 설계하는 개발에 착수, 지난 3년간 평균 1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180억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유치했다. 이 돈의 65%는 중동 산유국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두바이에서 2025년까지 2,000억달러(약 200조원)에 달하는 공사가 발주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여년간 사막의 신화를 이룩해온 두바이에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도성장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이 곳곳에 내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거품. 지난 1년간 두바이 주거지와 상업용 빌딩 가격이 평균 50% 이상 뛰었다. 인기리에 개발중인 마리나 워터 프런트지역은 2~3배나 폭등한 곳도 있다.
중동개발을 떠받치고 있는 원유가격이 급락할 경우 오일머니가 모두 빠져나가 두바이의 버블이 순식간에 붕괴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 외국인이 진출할 때는 반드시 현지 스폰서를 확보해야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데, 스폰서 등록비(fee)가 상당한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족 갈등도 시한폭탄이다. 인구 중 70%를 차지하는 인도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간 과당경쟁으로 실속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소건설업체는 정보 부족으로 여전히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건설 권탄걸 두바이 지사장은 "두바이 등 중동지역은 풍부한 오일머니로 개발여지가 무궁무진하다"며 "그러나 이미 조짐을 보이고 있는 우리 업체간 과당 경쟁을 자율 조정하거나 거품 붕괴가 우려되는 부동산개발 사업의 경우 철저한 시장조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 "두바이도 하는데 우리라고…"
사우디 등 산유국들 개발 붐
두바이의 성공은 인근 걸프 연안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고유가가 안겨준 오일머니와 두바이의 모델을 결합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6개 산유국에서 현재 진행중이거나 곧 착수할 프로젝트 규모만도 1조 달러가 넘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5월 해안도시 제다에 420억 리알(10조원)을 투입, 고급빌라 2만 가구를 짓는 '제다 힐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올초 킹 압둘라 지역에 1,000억 리알(25조원)을 투자하는 경제자유도시 건설에 착수한 이래 두 번째 메가톤급 프로젝트다.
카타르는 5월부터 50억 달러 규모 관광단지 조성과 60억 달러 규모의 신도시 건설계획을 한꺼번에 추진하고 있다. 카타르 동북부 알코르 해변 240만평에 5년에 걸쳐 호텔 2개, 해상 리조트, 별장 등을 짓고, 루사일 지역에는 '주거+레저'형 신도시를 건설하는 계획이다.
아랍에미레이트(UAE) 7개 토호국 중 맏형 격인 아부다비도 두바이를 따라잡기 위해 4~5년 내 기간산업과 신도시 개발에 1,000억 달러를 투입한다. 신공항과 신항만, 산업단지 30개를 건설하고 10년 안에 호텔 100개를 짓는다.
특히 '제2 중동특수'의 중심인 쿠웨이트에서는 가스ㆍ오일 플랜트시설 발주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오일ㆍ가스 부문은 2020년까지 하루 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생산시설 확보를 위해 680억 달러의 공사를 쏟아낼 예정이다.
또한 발전ㆍ송변전 부문과 사회간접시설(SOC)에 대한 공사 발주도 잇따를 전망이다. 현대건설 김영택 쿠웨이트지사장은 "두바이에 충격받은 걸프 연안 국가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고유가를 앞세워 플랜트 중심의 공사발주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김 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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