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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북한 눈치 보다 민심 잃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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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북한 눈치 보다 민심 잃는 정부

입력
2006.07.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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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세계가 시끄럽다. 북한은 5일 오전 3시32분부터 미사일 6발을 쏘았고, 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을 비웃듯 오후 5시22분 한발을 더 쏘았다. 북한은 미사일 3~4발을 더 장착하고 있어 언제든 추가발사할 가능성이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즉시 안보리 상임이사국 회의를 소집했고, 미국 정부는 북핵 6자회담 당사국 외무장관들과 긴급 협의에 나섰다. 백악관은 "다른 나라들을 협박하는 도발행위"라고 규탄했고, 라이스 국무장관은 "국제사회는 북한을 제재할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만경봉호 입항을 금지하는 등 9개항의 대북 경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 입 다문 노 대통령

우리 정부는 북한 관련 사태가 터지면 항상 그랬듯이 어정쩡하게 대응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5일 내내 한마디도 공식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다변에 가까운 평소 스타일에 비추어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늦장 대응은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새벽 4시에 총리가 보고를 받았고, 5시 관계장관 회의, 6시 공식 브리핑, 7시30분 총리 주재 안보장관 회의 등으로 급박하게 돌아갔다. 우리 대통령은 새벽 5시에 보고받았고, 6시 관계장관 회의, 10시10분 공식 브리핑, 11시 대통령 주재 안보장관 회의 등으로 이어졌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는 일본 언론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보도한 지 2시간이 지난 오전 6시30분 군사대비태세 강화 지시를 내렸다.

이러한 사태는 노무현 정부의 '북한 눈치보기'가 빚어낸 결과다. 이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국민의 눈치를 보는 대신 북한의 눈치를 보는 모순에 빠져있다. 북한의 잘못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혀야 할 때 늘 머뭇거리고,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북한의 진실을 외면하는 등 궁색한 자세로 일관해 왔다.

북한 미사일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5월19일 일본 언론이 북한 미사일 발사 임박설을 보도한 후 우리 정부는 부인하기에 바빴다. 발사 열흘 전인 6월25일 청와대 브리핑에는 "상황을 예단하여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태 악화를 바라는 의도에 말려드는 것" "한 일본 신문과 우리의 일부 언론이 당장 우리 머리 위에 미사일이 떨어질 것처럼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등의 글이 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 정부의 친북 성향을 탓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대북관계에서의 자만과 욕심이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과거 반공주의자들과 우리는 다르다. 북한도 우리의 진정성을 신뢰하고 우리의 말에 귀기울일 것이다.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는 자만심과 빗나간 사명감이 대북관계를 오히려 그르치고 있다.

북한이 '예측 불가능한' 집단이라는 사실을 온 세계가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집권자들 중에는 북한이 예측 가능한 대상일 뿐 아니라 '친구'의 말을 잘 들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착각은 자주 국민의 상식과 부딪친다.

만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했었다면 더 이상 미사일 발사와 같은 벼랑끝 전술을 하지 말라고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었을까. 만일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었을까.

● 대북관계 자만과 욕심 버려야

미안하지만 불가능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김정일 위원장 자신도 자기를 변화시키기 힘든 상황이다. 자신이 '북한의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정으로, 민족애로, 퍼주기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언제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올지 모르는 '위험한 친구'가 북한이다.

북한 관련 사태가 터질 때마다 '꼴통보수'뿐 아니라 일반 국민까지 정부의 대응에 불만을 갖게 되면 남북관계가 앞으로 가기 어렵다. 북한 눈치보기로 민심을 잃는 것은 어리석은 정치이고,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장명수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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