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 재벌 계열 경제연구소가 최근 상반된 내용의 인사관리 보고서를 발표, 재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삼성과 현대 계열 연구소는 소수 핵심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LG경제연구원은 평범한 직원들로 높은 성과를 내는 인사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잇따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요즘 같이 변화가 심한 난세(亂世)에는 비전과 활력을 지닌 소수 정예인재가 특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는 "전쟁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전체 군사력보다 정예부대의 전력"이라며 로마의 중갑보병, 나폴레옹의 근위병, 나치 독일의 기갑사단 등을 사례로 들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논리는 '천재 한 명이 수 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인사관리 철학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기업 내부에 핵심 인재를 육성하는 별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연구원은 6일 내놓은 '핵심인재 육성전략' 자료에서 핵심 인재가 도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이들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해 이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반 직원과의 위화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인화(人和)를 강조하는 구본무 회장이 이끄는 LG그룹 계열의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평범한 직원으로 고성과 내는 비결' 보고서에서 "인재를 많이 확보한 기업이 반드시 사업에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라며 삼성과 현대연구소의 '소수인재 주도론'에 반론을 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LG전자와 삼성전자의 MP3가 아이리버라는 중소기업 제품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나,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 출신이 몰린 닛산자동차가 지방대 출신이 대부분인 토요타자동차에 밀리는 것을 예로 들었다.
LG경제연구원은 "인재 제일주의는 핵심 인재들의 독선적 경향과 일반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후유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일류 인재보다는 회사 문화에 적합한 사람을 선발하고 개인의 자질이나 역량보다는 팀웍을 강조하는 인사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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