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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지단, 불꽃피우고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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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지단, 불꽃피우고 지나

입력
2006.07.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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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0의 균형이 이어지던 전반 33분. 티에리 앙리가 페널티에어리어를 향해 돌진하는 순간 포르투갈의 수비수 히카르두 카르발류가 반칙을 하자 주심의 휘슬이 요란하게 울렸다. 페널티킥 선언. 결승행을 결정지을 운명의 순간. ‘11m 룰렛 게임’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것은 득점왕 경쟁에 뛰어든 골잡이 앙리가 아니었다. 지네딘 지단(34ㆍ레알 마드리드)이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덤덤하게 선 그는 천천히 공을 응시하며 오른발로 강하게 찼고, 볼은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레블뢰 군단이 8년 만에 월드컵 결승행을 결정짓는 순간이었다.

금세기 최고의 미드필더인 지네딘 지단이 아트사커를 부활시키며 은퇴무대를 월드컵 우승으로 장식할 채비를 마쳤다. 당초 이번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결승에 진출하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지단은 불굴의 의지와 예전의 화려한 플레이로 ‘축구는 예술’이라는 프랑스 축구철학을 그라운드에서 실현시키며 기적을 만들었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잊혀진 과거의 인물이었을 뿐이었다. 조별예선에서는 ‘늙은 닭의 수장’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으며 관중들의 야유에 고개를 떨궜던 그였다. 하지만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쐐기골을 터트리며 살아나더니,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는 앙리의 결승골을 이끄는 환상적인 프리킥을 선보였다. 그리고 포르투갈과의 준결승전에서는 결승골까지 책임지며 아트사커의 지휘자 자리를 다시 한번 꿰찼다.

조별예선에서 보여줬던 무기력한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마르세유턴’이라 불리는 전성기 때의 화려한 드리블과 상대수비수의 허를 찌르는 킬 패스는 여전히 그의 전유물이었다.

영원한 라이벌 루이스 피구와의 마지막 맞대결에서도 이겨 ‘영원한 1인자’로 남는 영광도 누렸다. 세계 최고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에서 4년간 같이 뛰며 최고 미드필더 자리를 다퉜던 지단은 6년 전 유로2000에서와 똑같이 자신이 결승골을 넣으며 피구에게 눈물을 안겼다.

이제 남은 것은 월드컵 우승. 8년 전 안방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두골을 헤딩으로 집어넣어 우승을 이끌었던 지단은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조국 프랑스에 두번째 우승을 안겨주기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울 각오다. 과연 그가 우승컵을 안고 화려하게 은퇴할 수 있을지.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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