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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붉은 악마'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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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붉은 악마' 한류

입력
2006.07.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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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붉은 셔츠 입은 사람들을 보면, 가슴 한 쪽이 아려온다. 월드컵 축구는 벌써 끝나지 않았던가? 물론 이탈리아와 프랑스 간의 결승전은 남아 있지만, 가슴에서 월드컵의 열기는 많이 식었다.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오프사이드를 인정하지 않은 주심의 오심을 겪은 뒤로는, 월드컵에 대한 환상도 많이 사라졌다.

그 주심도 지금쯤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분해도, 우리 실력이 스위스를 압도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했다는 것, 이제 다시 한층 실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 분명히 전진도 있었다. 우리는 월드컵 해외 경기에서 처음 승리하여 16강 문턱까지 육박해 갔다. 또 '붉은 악마' 응원이 2002년의 일회용ㆍ국내용이 아니라, 국제적 브랜드화하고 있다.

대회 전부터 그렇기는 했지만, 붉은 악마와 거리 응원에 대한 경계의 시선이 있다. 붉은 악마는 한국 축구의 상업화를 가져왔고, 축구를 국가주의의 장으로 변질시켰으며, 또 맹목적 애국주의의 씨를 뿌려 국민을 사회 문제에 둔감케 만들었다는 쓴 소리다. 새겨 들을 말이지만, 너무 인색하게 평가할 일도 아닌 듯하다.

▦ 한국의 붉은 악마에 앞서 네덜란드의 오렌지 군단이 있었다. 그들이 집단으로 단일 색 응원복장을 입기 시작한 원조인 것 같다. 우리의 붉은 악마는 4년 전 태어나자마자, 독자적 응원으로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들은 유럽의 말썽꾼 훌리건과는 달랐다. 이번엔 아시아인과 유럽인도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에 동참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각국 응원단이 단일 색의 옷을 입고 응원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스위스전 때는 피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양쪽의 붉은 색이 뒤엉켰다.

▦ 4년 전의 구호 '꿈★은 이루어진다'도 독일로 수출됐다. 독일 관중석에는 선수 유니폼과 같은, 흰 바탕에 검은 글씨의 이 구절이 대형 펼침막을 통해 내걸렸다.

붉은 악마가 월드컵에서 또 하나의 한류를 전파한 셈이다. 월드컵도 끝나 가고 당분간 울적한 밤을 맞게 될 것이다. 그 동안 TV의 신세를 많이 졌다. 그러나 개탄할 일도 있었다. 한국팀의 경기는 그렇다 하더라도, 남의 경기까지 3개 채널에서 똑 같이 중계하는 것은 광고와 연관된 상업주의의 극치이기도 했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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