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에 앞서 지난해말 ‘악의 축’ 동맹인 이란에 미사일 수출을 재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과 이란에 핵 개발 포기 압력을 높이고 있는 미국 및 동맹국들에 대항하기 위해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란과 미사일 및 핵 분야 커넥션을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과 아시아 고위 관리들은 북한이 지난해말 이란 남부의 항구도시 반다르압바스를 통해 중거리 탄도미사일 수십 기를 수출했으며 이는 2차례 미사일 인도 분의 첫번째라고 밝혔다. 당시 북한 화물선에 실렸던 미사일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 발사용으로 개발된 옛 소련 SS-N-6의 개량형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이란 수출 재개는 미국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 구상의 한계를 드러낼 뿐 아니라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기술이 도약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보고 있다.
앞서 4월에도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란이 북한으로부터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지대지 미사일을 제공받았다고 보도하는 등 미국의 저지로 1990년대 중반 이후 끊겼던 북한-이란 미사일 커넥션이 재가동되고 있다는 관측은 올 초부터 나왔다.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사일 개발 기술자 10명이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 발사 준비를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고 1일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 미사일 기술자들도 이란에 파견돼 협력하며 양국은 시험 발사에서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과 이란이 약속이나 한 듯 5일 각각 미사일 시험 발사 강행과 핵 협상 연기를 선언, “‘악의 축’ 두 나라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핵협상 대표는 6일 예정된 유럽연합(EU)과의 핵 협상 취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미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은 지난달 이란에 핵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전력 생산을 위한 핵에너지 이용 허용 등의 인센티브를 담은 포괄적 협상안을 제의하고, G8(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담 개최(15일) 이전인 12일을 답변 시한으로 못박았다.
회담 연기와 관련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란이 시간 벌기를 시도하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의 갑작스런 회담 연기에는 유엔 안보리의 관심이 이란 핵 문제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로 옮겨가는 국면을 활용하려는 계산이 엿보인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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