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모(31)씨는 얼마 전부터 음식을 먹을 때 왼쪽 이에 약간의 통증과 함께 어금니의 힘이 음식물에 잘 가해지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금니를 해 넣은 게 틈이 생겨 치아 속으로 썩고 있는 게 아닌가 불안했지만 건강검진을 할 때 약식으로 치아를 살펴본 결과 금니는 문제가 없었다.
때문에 정씨는 얼마 전 사랑니를 빼기 위해 치과를 들렸다가 의사에게 불편을 호소했다. 의사는 이를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금니의 높낮이가 안 맞아서 통증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도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생각해보니 약 1년 전 왼쪽 어금니 금니를 새로 한 이후부터 불편함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뜻 딱딱해 보이는 치아는 매우 민감한 조직이다. 때문에 윗니 아랫니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사소한 차이만으로도 시린 느낌, 통증 뿐 아니라 두통까지 유발될 수 있다. 이런 교합이상은 보철물, 틀니, 잇몸질환, 외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길 수 있으며 방치할 경우 이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롬치과 안홍헌 원장은 “교합이상을 방치하면 서로 닿는 치아면에 균열이 생기거나 닳아 치아 인접 잇몸에까지 무리가 간다”며 “장기간 방치할 경우 치아에 금이 가 충치에 쉽게 노출되고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교합이상은 미리 점검해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금니 높이가 안 맞으면 통증, 두통까지 생겨
교합이상은 금니 등 보철물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즉 금으로 치아를 덮어씌우거나(크라운) 충치가 생긴 부위를 파내고 채우는 치료(인레이), 틀니, 임플란트 등의 치료를 할 경우 치아의 높이가 달라지면서 위ㆍ아랫니의 맞춤이 어그러지는 것이다.
이때 높이를 제대로 조절하지 않는다면 딴 치아에 비해 높은 치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교합압력을 받으며 교합면에 금이 가거나 부서지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물론 현미경으로 봐야 볼 수 있는 미세한 균열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틈새로 인해 치아 내부의 혈관, 신경이 자극을 받고 통증, 염증이 유발된다. 이때 처음에는 찬 음식물에만 민감해지다가 나중에는 뜨거운 음식에도 통증을 느끼고, 심할 경우 치조골이 녹아 치아가 빠지게 된다.
교합이상이 두통을 부르는 경우는 턱관절까지 이상이 생겼을 때인 경우가 많다. 턱관절은 입을 벌리거나 닫는 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아래턱과 두개골이 맞닿는 부위다. 이 뼈와 뼈 사이에는 완충역할을 하는 디스크가 있는데 교합이상으로 과도한 힘이 전달되면 디스크가 앞으로 튀어나오거나 마모돼 턱관절 장애가 생긴다. 턱관절 장애 증상은 주로 입을 열거나 닫을 때 통증이 느껴지고 두통이 유발된다. 이때는 지속적으로 누르거나 조이는 듯한 느낌이 나는 긴장성 두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치과 전문의들은 금니 등 보철물을 새로 한 뒤 높이에 이상한 느낌이 없는지를 세심히 살펴야 한다고 충고한다. 치과에서 교합지 검사를 통해 높이를 맞추지만 실생활에서는 또다른 이상이 발견될 수 있다. 때문에 금니를 한 뒤 1~2주 정도는 관심을 쏟고 이상이 있을 경우 즉시 치과를 다시 찾아 높이를 조정하는 게 좋다.
그러나 보철 치료 후에는 잠시동안 치아 시림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치료를 위해 치아 속을 파내게 되면 시린 느낌이 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 신경세포들이 스스로 상아질을 만들어내 노출부위를 보호하게 되므로 그때쯤이면 시린 증상도 없어지게 된다. 이는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2개월 정도 걸릴 수 있다.
◆ 치주염, 흔들리는 치아도 교합이상 불러
치주염 등 잇몸질환도 교합이상을 부른다. 우선 평소 문제 없던 이가 갑자기 솟으면서 위ㆍ아랫니가 잘 맞물리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잇몸 질환 때문에 염증이 생기면서 치주인대가 부어 치아가 살짝 ‘들뜨게’되는 것이다. 이때는 이를 꽉 물면 아래로 쑥 내려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원래 치열이 불규칙한 경우, 외부의 충격에 의해서도 교합이상은 생긴다. 치열이 불규칙한 경우는 오랫동안 익숙해져서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규칙한 치열은 교합이상에 따른 치아의 손상을 가져 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충치, 잇몸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딱딱한 음식을 잘못 씹거나 사고로 치아가 흔들리거나 깨질 정도의 외상을 당했을 때도 교합이상은 생긴다. 흔들리거나 깨진 치아를 방치할 경우 인접치아가 쏠리면서 치아 사이에 틈이 벌어지면서 원래 잘 맞던 위ㆍ아랫니 교합이 틀어지게 된다.
◆ 딱딱한 음식, 한쪽 씹기 등 고쳐야
교합이상은 치과에서 교합지를 이용하거나 치아 형태의 본을 떠 교합기를 이용해 분석해 알아낼 수 있다. 치료방법은 교합조정, 교합안전장치, 보정치료, 보철치료 등 다양하다.
교합이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너무 딱딱한 음식을 피하고,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을 고쳐 치아에 무리가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정기적 스케일링으로 잇몸질환을 예방하고 만일 치아외상을 당했다면 방치하지 말고 치과를 찾아 점검을 해 보는 게 현명하다. 지오치과 턱관절교정클리닉 문경환 원장은 “급성 교합이상으로 턱관절 장애가 생길 수 있고, 또 턱관절 장애가 교합이상을 부를 수도 있다”며 “평소 턱을 과도하게 벌리거나 단단한 것을 씹는 것을 삼가고 스트레스성 이갈이 등도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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