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포르투갈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삼켰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떨구지 않았다. 대신, 울먹이는 선수들에게 따뜻한 품을 내주며 “괜찮다”고 어깨를 다독거렸다. 아름다운 패장(敗將), 포르투갈의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이었다.
물론 그도 프랑스전 패배가 너무나 아쉽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이끌고 우승컵을 거머쥔 뒤 이어져 온 월드컵 본선연승행진이 ‘12’에서 끝났고, 월드컵 2회 연속 우승팀 감독의 꿈도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프랑스전 패배는 브라질 감독으로 출전한 2002년 대회를 포함해 월드컵에서 맛 본 그의 첫 패배였다.
그러나 그는 침통해 하지 않았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는 “프랑스는 승리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는 말로 상대를 칭찬하는 미덕까지 보였다. 비록 결승진출에 실패했지만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을 40년 만에 4강에 진출시키며 세계 최고의 감독임을 새삼 입증했다.
스콜라리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고집불통’이다. 대스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히는 일이 절대 없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브라질 팀을 맡았을 때도 여론의 질책과 대통령의 추천을 뿌리치고 “팀워크를 해친다”는 이유로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호마리우를 제외시켰다. 스콜라리는 당시 남미지역예선에서 칠레, 페루, 에콰도르 등에 패하며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무대에 오르지 못할 위기에 빠진 브라질을 극적으로 다시 살려내 우승컵까지 거머쥐게 했다.
한일월드컵이 끝난 뒤 포르투갈 사령탑으로 옮겨서도 그의 리더십은 빛났다. 이름값에 기대지 않고 진흙 속에 숨겨진 진주를 발굴했다. 8강전에서 신들린 선방을 과시한 골키퍼 히카르도는 프로팀에서 후보 선수였다. 2골을 넣으며 공격을 이끈 마니시는 1년 동안 한 경기도 뛰지 않은 무명이었다. 현란한 개인기로 무장한 미겔은 소속 팀에서 별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콜라리는 다혈질이다. 벤치에 한시도 앉아 있지 못하고 경기 내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선수들을 질책하고 독려한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서 그는 자상한 아버지가 된다.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고 고민도 들어준다. 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앞세워 모래알 조직으로 악명높던 포르투갈을 끈끈한 조직력의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월드컵 이전에 그를 두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비난했던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도 최근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그의 지도력을 추켜 세웠다.
그의 포르투갈과의 계약은 월드컵과 함께 끝났다. 이제 이 명장을 잡기 위한 각국의 러브콜 경쟁이 뜨거워질 것이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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