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은 신속했다. 1998년 대포동1호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우왕좌왕 했던 일본 정부는 이번에는 거의 완벽한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 발사를 포착한 이후 정보의 수집과 분석, 공표와 대응책 마련과 실행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첫 번째 미사일 발사를 포착한 것은 5일 오전 3시 32분. 미국의 조기경계위성이 탄도미사일이 발사될 때 방출하는 적외선을 탐지해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 이 발사 정보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보고된 것은 20분 뒤인 3시 52분. 즉시 비상경보를 발령한 일본 정부는 관계 장관들을 소집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2차례의 안전보장회의와 총 6차례의 관계 장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대응태세를 국민에게 알렸다. 여당과 국회도 대책회의를 통해 의사를 결집함으로써 정부의 대응에 힘을 실어주었다. 고이즈미 총리가 오전 7시 27분에 소집된 안전보장회의에서 제일 먼저 강조했던 것은 “국민에게 될 수 있는 한 빨리 정보를 알려주라”는 것이었다.
신속한 대처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수 주전부터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를 대비한 특별팀을 만들어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만경봉92호의 입항을 금지하는 등 9개 조항의 제재조치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속속 발표된 것은 이 같은 준비 덕분이다. 아베 장관은 “제재조치는 미사일 발사 징후가 있었던 단계에서 검토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 태세를 구축한 것도 큰 힘이 됐다. 아베 장관 등 관계 장관들은 오전 6시50분 총리실에서 토머스 쉬퍼 주일 미국대사와 이례적인 대책회의를 갖고 미일공조를 과시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무성 장관은 미국과의 협의에서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토록 하는데 성공했다.
군사적으로도 긴밀한 공조를 이룬 양국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적확한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었다. 양국은 최근 아오모리(靑森)현 자위대 기지에 최첨단 레이더를 설치하는 등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방위청 관계자는 주일미군과의 공조로 발사 전부터 사태에 대응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이 발사되자 동해에 전개 중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이 미 해군 이지함과 함께 미사일 궤도를 추적해 탄착점을 찾아내는 등 공동 작전을 펼쳤다. 주일미군과 자위대가 발사 전부터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도 비판이 나온다. 일반 선박과 항공기에 대한 경보가 늦어졌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정보 전달도 여의치 않았다는 것 등이다. 대부분의 정보를 미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형편도 또 지적됐다.
그러나 예상을 넘어선 기민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일본 정부는 과거 실패를 교훈으로 삼을 줄 아는 정부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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