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가 정부의 잇단 규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시장 침체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올 초 최고점 대비 최대 2억원이나 떨어진 급매물조차 선뜻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기반시설부담금제를 비롯해 8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9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 등의 3중고는 하반기 재건축 시장을 더욱 옥죌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시장은 급매물조차 거래가 실종되는 등 침체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매물이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폭도 점차 커질 전망이다.
한때 9억원까지 올랐던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15평형은 최근 시세보다 5,000만원 가량이나 싼 8억원짜리 급매물이 나왔지만 아직 팔리지 않고 있다. 4월에 13억원까지 올라갔던 17평형도 11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매수자들이 하반기 시행될 규제들을 놓고 관망만 하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최고 13억원까지 올라갔던 34평형이 11억원선까지 내려왔다.
인근 J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재건축 규제들이 잇따라 시행됨에 따라 시장 기대심리가 꺾이면서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없다"며 "사고 싶어도 주택담보대출 조건이 강화되고 이자부담까지 늘어나 자금 조달에 애를 먹는 수요자들도 꽤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11억6,000만원까지 치솟았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34평형도 최근 9억8,000만원에 매물들이 나오고 있으며, 14억9,000만원에 거래됐던 36평형도 12억3,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지만 아직 매수자가 없다.
W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이 소화되지 않으면서 매물도 조금씩 쌓여가고 있다"면서 "대기수요자들도 매도 호가가 좀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재건축 규제들이 줄을 이어 사업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12일부터는 기반시설부담금제가 실시돼 연면적 60평(200㎡)을 초과하는 모든 신ㆍ증축 건물의 경우 사업주가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을 짓는데 필요한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서울 강남 재건축의 경우에는 평당 50만~100원 가량의 부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25일에는 안전진단 기준을 크게 강화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시행에 들어간다. 위헌 논란까지 일었던 재건축 개발부담금제도는 9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합원당 3,000만원을 초과하는 개발이익에 대해서는 최대 50%까지 국가가 환수할 수 있게 된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개발부담금제가 적용되면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가구 당 수천만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기간이 올해로 끝남에 따라 세금 회피성 매물까지 쏟아질 경우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크다"고 예상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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