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변에서 한참 일할 나이에 갑자기 죽는 돌연사를 가끔 본다. 의사들에 의하면 돌연사는 질병의 증상이 나타난 후 1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것을 의미하며, 돌연사하는 사람의 반 이상은 이전에 나타나는 어떤 증세도 없이 사망한다고 한다.
주요 원인은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심근경색증과 혈관이 좁아져서 생기는 협심증으로 분류되며, 이들에게는 스트레스가 최대의 적이라고 한다.
●한국 경제의 동맥경화
우리는 선진국이 100여년에 걸쳐 이뤄온 산업화를 지난 1990년대 초까지 30년간으로 압축하여 이룩해 왔으나, 그 기반이 된 불균형성장 패러다임이 더 이상 성장엔진으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지난 14년 동안 문민, 국민, 참여 정부를 거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새로운 성장의 엔진과 모델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채택하고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 몸부림쳐 왔다.
그러나 압축성장의 과정 속에서 발생한 수많은 시행착오와 부작용들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불협화음이 민주화를 거치면서 사회적 모순의 폭발로 표출되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극도로 혼란한 실험기간을 겪어야 했다.
급기야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IMF 외환금융위기를 겪게 되었으며, 아직도 그 후유증은 완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바닥난 국가재정과 극심한 빈부격차, 산업의 양극화 및 공동화, 급증하는 청년실업과 사회안전망의 부재, 소외계층의 확대 등 어려운 국가적 난제에 봉착해 있다.
더욱이 지난 국민의정부에서 근본적 경제개혁보다는 단기적 경기부양책의 분탕질로 부동산가격 급등과 수백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 양산, 가계부채 급등 현상들을 낳아 오늘날 우리 경제의 질을 다시 한번 추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욱이 아마추어 참여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양심적인 해결사로서 개혁의 보도(寶刀)를 위임받았으나 끝내 좌충우돌 정치꾼과 싸움패들에 의해 경제는 더욱 망가지고 말았다. 아직도 관치가 군림하는 제도와 관행으로 인하여 시장은 존재하되 시장이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와 관치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더욱이 민간경제의 주체인 기업사회에는 현대차 사태에서 보듯이 아직도 기형적 재벌구조가 엄존하여 간접적 정경유착의 폐해는 물론 공정한 시장질서를 파괴하는 구시대적 잔재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민주화과정에서 막강한 힘과 조직을 갖게 된 대규모 노동조합들은 정치적 약자의 지위에서 벗어나 강자의 지위를 향유하며 기업 내부의 집단이기주의적 투쟁은 물론 정치적 투쟁을 통해 기업사회와 시장에 엄청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던 우리 경제는 정치권, 관치, 재벌, 노조에 의해 유린되어 소위 '망국적 한국병’이라는 고비용-저효율의 동맥경화 현상으로 성장 잠재력이 극도로 쇠약해지고 있다. 평소에 동맥경화증이 있는 사람은 특별히 건강관리에 더욱 유의해야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돌연사로 죽지 않는다.
●스트레스 낮출 리더십 보여라
우리는 민주화정부 수립 이래로 집권말기에 무서운 병리현상을 체험했던 기억이 있다. YS 때는 노동법 파동 이후에 대기업 연쇄부도와 마침내 외환위기를 경험했고, DJ 때는 가신그룹 구속 이후 현대그룹 몰락과 신용불량자 대란을 경험했다. 이제 참여정부도 집권말기에 접어들고 있는데,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스트레스가 급격히 높아져가고 있다.
예측 불허의 북한 미사일 발사, 유가의 고공행진, 지속적인 원화 상승, 한미 FTA를 둘러싼 결사적 저항, 글로벌 금리인상과 경기감퇴, 한일 및 한미 외교갈등 등 스트레스 레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집권말기에 돌연사에 버금가는 대형사고가 나지 않으려면, 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한 진솔한 리더십으로 집권말기 스트레스 레벨을 낮추어야 한다.
권영준ㆍ경희대 국제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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