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선생은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고 했고, E.H. 카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으로 정의했다. 역사의 정의는 학자의 영역이니까 생략하고, 역사를 왜 공부하느냐 묻는다면 대부분 과거에서 현재의 교훈을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한번 돌이켜 보자. 2004년 4월 주식시장이 차이나 쇼크로 얼어 붙었다. 원자바오 총리가 과열된 중국 경제를 식히기 위해 유동성을 조절하겠다는 얘기를 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당시 쇼크가 얼마나 컸던지 우리 주식시장은 한 달이 안 되는 기간에 23%나 하락했다. 많은 증권회사 분석가들이 현지 답사를 위해 중국으로 몰려 갔고 돌아오면서 다들 “쇼크가 사실”이라고 얘기할 정도였다.
결과는 달랐다. 중국은 해마다 9% 이상 성장을 이어갔고 지금도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우리 주식시장은 두어 달 지지부진 하더니 8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네 자릿수대로 진입했다. 당시 두려움은 쇠도 녹일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만큼 빨리 식었던 것이다.
또 다른 사례도 보자. 9ㆍ11 테러가 발생하자 경제 분석가들이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TV를 통해 비행기와 부딪혀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이 계속 TV로 방송됐기 때문이겠지만 결과는 달랐다. 미국에선 이른바 ‘애국 소비’라는 열풍이 불었고, 우리 주식시장은 1년간의 고점 630포인트를 찍는 계기를 9ㆍ11 테러를 통해 맞았다.
지나간 일을 돌이켜 보면서 그 때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경우가 많다. 왜 9ㆍ11 테러 때 500포인트도 안 되는 주가에 주식을 팔았을까? 왜 차이나 쇼크 때 20% 넘게 주가가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주식을 못 팔아 안달을 했을까?
주식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금리 쇼크’, ‘유동성 쇼크’라고 불리는 최근 하락이 평정심을 버려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북한의 미사일 위기도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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