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참여정부는 21세기 조선 정부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참여정부는 21세기 조선 정부인가?

입력
2006.07.06 00:00
0 0

19세기 중, 후반 조선이 서양을 처음 만났을 때 헤맨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아마도 서양이라는 이질적인 문명권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력과 지식, 그리고 정확한 시각과 이론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용구 선생의 "세계관 충돌과 한말 외교사"라는 책을 보면 그 당시 조선은 중국인이 편찬한 몇 권의 저술을 근거로 세계를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19세기 조선의 세계인식

19세기 조선의 세계인식은 주로 중국 웨이위안(魏源)의 해국도지(海國圖志)와 쉬지위(徐繼)의 영환지략(瀛環志略)에 의존하였고 특히 해국도지는 조선의 세계인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책으로 되어 있다. 해국도지는 마치 지금 기독교인들의 성경과 같은 존재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국왕이 연행 사절들에게 해외문제를 물을 경우 사절들은 곧잘 "해국도지에 따르면"이라는 답변을 하였다고 한다.

당시 조선이 세계정세 파악을 위하여 중국인이 중국의 시각으로 쓴 해국도지와 영환지략이라는 단 두 권의 책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고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비교하면 현재 21세기의 한국은 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와 지식, 그리고 시각과 이론이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세계 각국에 관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슨 정보를 건져내야 할지 우왕좌왕하기 일쑤이고, 또한 지금의 전문가들은 마음만 먹으면 다른 나라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직접 원하는 정보와 자료를 얻어 낼 수 있다. 또한 선진국의 다양한 이론과 시각이 하루가 멀게 한국에 소개되고 학습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의 21세기 세계 인식은 단 두 권의 책에 의존하던 19세기보다 훨씬 우월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그렇다, 그러나..."이다. 왜냐하면 객관적인 조건과 환경은 훨씬 개선되었지만 지금의 한국 정부가 그러한 환경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구조와 능력을 가졌는지는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이 단순히 고급 정보의 양과 학습 시간이 늘었다고 해서 세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정보를 올바른 시각과 이론을 통하여 해석해 내고, 비교하고, 검증하여 이를 체계적인 국가의 전략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현대사회는 과거에 비하여 엄청나게 복잡해 졌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처리와 전략화의 능력은 1, 2년 내에 습득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보처리와 전략화를 잘 해 낼 수 있는 인적자원이 많고 또 그들을 흡수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국가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지금의 한국 정부가 이 면에서 선진정부인지 상당히 의심스럽다. 3년 반 정도 지난 현 정부를 보면 국정의 운영이 정확하고 다양한 소스에 의거한 전문적인 정세 파악, 그리고 창의적인 전략화에 기반하여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국민의 생활과 미래에 직결된 한미 FTA, 교육정책, 부동산 정책, 실업정책, 외교정책 등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 선진적인 시스템에 의거하기 보다는 최고위의 매우 폐쇄적이고 종교적인 정보처리와 전략화 과정만이 있어 보인다. 이제 정부의 대표선수들은 어느 자리에 있던 모든 것을 알고 다 학습하였기 때문에 국민은 따지지 말고, 그저 이들이 하는 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는 위험한 일방주의를 보게 된다.

● 정부 국정운영 대학만도 못해

현 정부는 대학의 경쟁력을 비난하지만 정책 아이디어와 인재간의 경쟁이 없는 정부의 국정운영은 대학의 경쟁력보다 훨씬 못한, 위험한 국가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왠지 정보가 넘쳐나는 21세기에 단 두 권의 책에 의존하던 19세기 조선의 정부를 보는 느낌이다. 다행히 지금은 그 때 보다 훨씬 발전된 시민사회가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지만 말이다.

이근ㆍ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