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질 남자들의 ‘백조의 호수’로 유명한 영국 안무가 매튜 본(46)의 근작 ‘가위손’을 서울 LG아트센터가 초청해 19~30일 선보인다.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이 댄스뮤지컬은 지난해 11월 런던에서 초연되어 전작 ‘백조의 호수’를 능가하는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은 중세적인 기괴한 환상과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영화다. 누구보다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녔지만, 시체처럼 창백한 상처투성이 얼굴과 날카로운 가위 손가락의 괴상한 외모 때문에 세상에서 추방되는 인조인간 에드워드의 슬픔과 고독은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이 작품을 특별한 감동과 연민으로 감쌌다. 에드워드 역의 조니 뎁과 에드워드가 사랑한 소녀 킴으로 나온 위노나 라이더는 이 영화로 스타가 됐다.
원작 영화의 인상이 워낙 강렬해서 춤으로 만드는 데 부담이 컸을 것 같지만, 매튜 본은 매우 즐겁게 작업을 했다고 한다. 에드워드가 가위손으로 멋지게 다듬은 정원의 나무들이 춤을 추고 눈이 내리는 아름다운 무대는 영화라면 특수효과가 대신할 공연의 마술이다. 에드워드의 탄생 배경을 넣은 것은 영화에는 없는 내용이다. 괴짜 과학자가 가위를 갖고 놀다 감전사한 어린 아들 대신 에드워드를 만든 것으로 했다. 줄거리의 결말도 영화와는 다르다고 한다.
음악은 영화에서 흐르던 대니 엘프만의 아름다운 선율을 거의 그대로 쓴다. 에드워드 역의 무용수는 영화에서처럼 달라붙는 가죽옷에 긴 가위손을 단 채 춤을 춘다.
매튜 본의 작품은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누구든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신데렐라’ ‘ 카 맨(카르멘)’ 등 고전 레퍼토리를 새롭고 흥미진진한 댄스뮤지컬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해왔다. 처음에는 고전을 파괴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영국의 올리비에 상을 5번이나 받고 미국 토니상의 최고 연출가상과 최고 안무가상까지 받아 영국과 미국에서 공연 분야 최고 예술상을 석권하면서 예술성을 인정 받았다. (02)2005-0114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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