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살. 불꽃처럼 타올랐던 청춘의 황금기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야 하는 시기다. 가정으로 상징되는 현실의 울타리에 안주할 것인지, 새로운 꿈과 사랑을 찾아 나설 것인지를 놓고 고뇌하는 때이기도 하다. ‘서러운 서른’을 앞둔 세상의 스물아홉 살들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은 이유다.
이탈리아 영화 ‘라스트 키스’도 마지막 청춘의 끝을 잡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하는 남자 주인공들과 주변 인물들의 좌충우돌을 통해 인생과 사랑의 고차방정식을 풀어낸다.
임신한 동거녀와의 결혼을 앞둔 카를로(스테파노 아코르시), 자아를 찾아 머나먼 여행을 떠나고 싶은 파올로(클라우디오 산타마리아), 아내와 아기로부터 마냥 벗어나고 싶은 아드리아노(조르지오 파조티), 사랑보다는 섹스에 집착하는 알베르토(마르코 코치) 등 네 친구는 서른이 되기 전 새로운 일을 저질러야 한다는 조바심으로 일탈의 유혹에 휩싸인다.
이중 카를로와 아드리아노는 주위의 특별 관리가 필요할 정도로 ‘위기의 남자’다. 동거녀에게 더 이상 ‘심장이 움직이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카를로는 18세 소녀 프란체스카(마르티나 스텔라)에게 한눈에 반해 이중생활을 즐긴다. 아드리아노는 이렇다 할 바람기는 없지만 너무 빨리 이룬 가정을 인생의 족쇄라고 생각하며 이혼까지 불사한다.
영화는 네 남자의 에피소드를 중심에 놓고 있으면서도 세월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노년 부인 안나(스테파니아 산드렐리), 운명적 사랑을 믿는 프란체스카를 배치시켜 스물 아홉 살의 방황을 전 세대로 확장한다.
인생과 사랑에 대한 통찰이라는 낡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꼬리를 무는 돌발 상황과 수다를 통해 잔잔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2001년 이탈리아 최고 영화상인 다비드 디 도나텔로 시상식에서 감독상 등 5개 부문 상을 거머쥐었다. 감독 가브리엘레 무치노, 6일 개봉, 15세.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