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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노사관계 로드맵 정치논리 배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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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노사관계 로드맵 정치논리 배제하라

입력
2006.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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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여하면서, 노사정 간의 합의 도출 실패로 그 간 진전이 없었던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또 선진화 로드맵과는 별개로 당장 내년도부터 시행되는 단위사업장에서의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해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입법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더라도 연내에 노동관계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의 핵심 쟁점은 지난 5년간 유예되어 왔던,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에 대해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형사처벌하는 법 조항을 내년도에 그대로 시행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노동계는 노사 자율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는 현행 조항을 그대로 시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요청으로 2003년 수행된 '노사관계법ㆍ제도 선진화 연구위원회'의 안은 급여 지급을 금지하되 법령이 정한 기준 내에서 예외를 인정하여 주는 것이다. 한편 ILO(국제노동기구)에서는 노사 자율로 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권고를 우리나라 정부에 한 바 있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금지는 내년도에 예정대로 시행되어야 한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 지급 금지는 1998년 노동법 개정시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환적 성격으로 노사가 합의한 것이며 한 차례 그 시행이 유예되었고, 이와 같은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10년 가까운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가 이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특히 최근 들어 현대자동차 노조 등 국내 주요 노조들이 산별 노조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이라는 잘못된 관행은 더더욱 고쳐져야 한다. 일부에서는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단위사업장에서의 복수노조 허용을 묶어서 2001년과 같이 다시 한 번 유예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단위사업장에서의 복수노조 허용도 법에 정한 대로 시행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정부가 필요하다면 독자적으로 강구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초 이후 ILO,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로부터 노동관계법을 국제기준에 부합되도록 고칠 것을 여러 차례 권고받아 왔는데, 복수노조의 금지는 우리나라 노동관계법 중 국제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조항이다. 공무원노조 허용으로 우리나라 법이 ILO의 핵심 국제노동 기준에 부합되게 된 시점에서, 복수노조 허용을 다시 한 번 유예함으로써 우리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은 노동문제로 국제사회에서 홀대 받는 상황을 지속시켜서는 안 된다.

당초 참여정부가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을 추진한 것은 세계 최하위의 노사관계 국제경쟁력, ILO, OECD 등 국제사회로부터 요구를 감안하여 우리나라 노사관계 제도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의 논의과정을 보면 선진화 로드맵 구축이 지나치게 정치논리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당장에 합의에 의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수 없다면 현 상황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만을 정부 주도로 취하고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시일을 가지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타당한 합의점을 찾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박영범ㆍ한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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