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부터 골든 골 제도가 폐지되면서 연장전과 승부차기가 승패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
‘전차군단’ 독일과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의 준결승전이 그랬다. 득점 없이 전후반 90분을 끝낸 뒤 맞은 연장전에서 이탈리아는 후반 연속골을 작렬시켜 독일을 침몰시켰다. 전통의 ‘빗장수비’를 튼튼히 하되, 후반 공격수를 잇따라 투입한 이탈리아 마르첼로 리피(58) 감독의 ‘모험’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 것이다.
거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의 ‘승부차기 징크스’가 그것. 이탈리아는 1990년, 94년, 98년 3차례 월드컵에서 승부차기 3전 3패를 당했다. 당연히 역대월드컵 승부차기 4연승인 독일과 승부차기까지 가면 절대 안 된다는 계산아래 후반 공격수 3명을 집중 투입했고, 그 계산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이번 월드컵 16강전부터 지금까지 치러진 총 13경기 중 연장전은 5경기. 이 가운데 3경기가 ‘피 말리는’ 승부차기로 승패가 갈렸다. 포르투갈(PK3-1)과 독일(4-2)이 8강 전에서 각각 잉글랜드, 아르헨티나를 꺾었고, 월드컵 처녀 출전국 우크라이나도 16강전에서 승부차기(3-0)로 스위스를 눌렀다. 현지 찜통더위에 90분을 뛴 터라 이미 ‘다리가 풀려버린’ 선수들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지키기’ 위주의 경기 플레이가 살인적인 부담을 떠안는 승부차기로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것.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연장전은) 어쩔 수없이 감수해야 하는 싫은 일” 이라고 털어 놓았다. 연장전을 뛰어야만 하는 선수들과 이를 지켜보는 감독의 고충을 솔직하게 대변해 준 말이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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