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는 우려와 달리 금융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개장 직후 패닉 조짐을 보이는 듯 했으나 곧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외국인도 별 동요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삼세번에 악재
없다’는 증시격언처럼 이미 예견된 사태여서 금융시장이 강력한 내성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이 강경대응에 예고한 터여서 긴장감은 가시지 않았다.
주식시장은 개장 직후 코스피가 1,260선 가까이 하락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낙폭을 줄여 전일보다 6.07포인트 빠진 1,279.85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일보다 9.85포인트 하락해 575.98로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새삼 부각됐지만 과거 2차례의 경험상 증시의 흐름을 뒤바꿀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협상용 카드여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그러나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인도 무덤덤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장중 ‘매수’와 ‘매도’ 사이를 오락가락 하다가 219억원 어치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코스닥에서는 오히려 6억원어치를 순매수, 사흘만에 ‘사자’로 전환했다. 아시아의 주요 증시 역시 내성이 생긴 듯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전일보다 0.73% 하락한 1만5,523.94로 거래를 마쳤고 홍콩 항셍지수와 대만 대만지수는 약 보합세였다.
원ㆍ달러 환율도 개장초 4거래일 만에 상승 반전하는 등 급등세를 탈 기세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상승폭이 줄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3.30원 오른 946.7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4.10원 상승한 947.5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948.90원까지 상승했으나, 기업매물이 늘어나면서 상승 폭이 줄었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 규모가 의외로 크지 않았는 데다 외환당국이 여러 차례 구두개입을 하며 시장을 안정시킨 것이 주효했다.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도 별다른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3시 기준 홍콩시장에서 만기 14년물 외평채 가산금리는 미국 재무부 채권(TB)기준으로 0.81%포인트를 기록,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날과 같았다. 만기 13년물 외평채 가산금리도 0.80%포인트로 전날과 차이가 없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미국 뉴욕시장이 4일이 독립기념일이어서 휴장했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발사 실험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긴급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금융시장 동향 점검반을 구성하는 등 시장안정에 나섰다. 그러나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별도의 발표문을 통해 한국의 신용등급(A+)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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