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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돌아온 캡틴 잭, 중간에 막내리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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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돌아온 캡틴 잭, 중간에 막내리면 어떡해"

입력
2006.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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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의 위대한 승리’라 불러도 좋겠다. 산홋빛 카리브해에서 펼쳐지는 호쾌한 해상 액션, 작열하는 태양 아래 은빛으로 부서지는 하얀 백사장, 기화요초 우거진 열대우림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탐험선…. 이국 취향을 한껏 자극하며 스크린을 압도하는 캐리비안의 풍광은 ‘아마존 익스프레스’ 같은 놀이기구로는 달래지지 않는 모험에의 욕구를 충동질하며 일상의 권태를 방전한다.

배경의 현란함만이 아니다. 갖가지 열대 과일과 한 꼬챙이에 묶인 잭 스패로우(조니 뎁) 선장이 식인종을 피해 꼬챙이로 장대 높이뛰기를 하는 장면, 굴러가는 물레방아 위에서 종종걸음을 치며 칼싸움을 하는 아슬아슬한 장면 등 재기로 가득한 만화적 상상력이 폭소와 찬탄을 동시에 유발한다. 상상력도 기발하지만 그것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각적으로 구현해낸 솜씨야말로 ‘오, 마이 갓’을 외치게 만드는 이 영화의 수훈갑이다.

‘캐리비안의 해적-블랙펄의 저주’의 속편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은 전편의 3배가 넘는 제작비를 들여 최첨단 시각효과를 구현한 덕을 톡톡히 본다.

하지만 영화는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이라는 흥행 보증수표에도 불구하고,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에서 착상한 태생적 한계를 끝내 벗지 못한다. 드라마는 모험의 시각화에 복무할 뿐 어떤 개연성도, 내적 필연성도 갖추지 못한 채 비주얼과 불화하고,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다소 생소한 인과관계로 아귀를 맞춘다.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바다의 지배자인 데비 존스(빌 나이)의 심장이 담긴 함을 손에 넣어야 한다는 설정, 망자의 함을 놓고 잭 선장과 대립하는 윌(올랜도 블룸)과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의 사랑 등이 비주얼에 맞먹는 내적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난삽하게 펼쳐진다.

‘주인공은 슬랩스틱을 하지 않는다’는 ‘관습법’을 위반하며 보란 듯이 넘어지고 깨지는 잭 선장은 이기적 욕망으로 가득한 협잡꾼 스타일의 ‘안티 히어로’로 캐릭터를 비트는 쾌감을 선사하지만, 이런 개성은 이미 1편에서 모두 탕진된 터다.

가장 허망한 것은 한창 진행 중에 툭 끝나버리는 엔딩. 도무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고난의 연속은 관객에게 상당한 심적, 육체적 피로를 안겨주건만, 감독은 뒷목과 어깨가 뻐근해진 관객 사정은 생각지도 않고 패키지 상품을 강요하는 장삿꾼처럼 완결편(3편)을 위해 영화의 막을 내려버린다. 감독 고어 버빈스키. 6일 개봉. 12세.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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