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유가 실탄 장전… 이번엔 푸틴이 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유가 실탄 장전… 이번엔 푸틴이 쏜다

입력
2006.07.05 00:13
0 0

고유가가 세계의 정치ㆍ지정학적 환경을 바꾸고 있음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15~17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7개국+러시아)이다.

러시아가 처음 주최하는 G8 회담의 공식 안건은 ▦에너지 안보 ▦교육 ▦전염병 등 3가지이다. 그러나 이 의제에서 알맹이 있는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는 참가국은 없다.

오히려 ‘푸틴의 러시아가 추구하려는 것이 무엇인가’ ‘러시아의 팽창이 신 냉전을 부를 것인가’ 등이 회담에 참석하는 서방국가들이 정말로 궁금해 하는 것들이다. 4년 전 러시아의 첫 G8 개최를 허락했던 서방은 최근 고유가로 러시아의 야심이 커지자 개최 결정을 후회한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반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너지 수입으로 생긴 경제적 자신감을 ‘정치적 근육강화제’로 활용하겠다는 속셈이다.

1999년부터 호황을 타기 시작한 러시아 경제는 연 6% 이상의 고성장을 계속해 99년보다 무려 65% 이상 경제가 팽창했다. 막대한 원유 판매수입이 동력이 된 것은 물론이다. 경제가 좋다 보니 인권 침해, 독점적 국가경제 등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의 지지도는 70%대에 육박하고 있다.

원유를 바탕으로 한 러시아의 정치ㆍ외교적 지렛대는 다방면에서 표출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과거 공산권의 라이벌이던 중국 등 주변국과의 공조다. 여기에는 중동, 중앙아시아 등 구 소련이 향유했던 전략적 지지기반을 복원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푸틴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에만 5차례 만났다. 양국을 전쟁까지 몰고 갔던 국경분쟁을 마무리했고, 교역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체첸, 중국은 신장위구르(新彊維吾爾)자치구 등 분리주의 세력에 대한 비슷한 고민이 두 정상의 개인적 거리를 더욱 가깝게 하는 요인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은 자체가 미국에게 위협이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이 기구가 출범 때처럼 역내 대화체에 머물지 않을 것임을 대외에 과시했다.

중동과 중앙아에 쏟는 러시아의 정성도 미국의 초극적 지위를 중화시킨다는 측면에서 같은 맥락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니키타 흐루시초프 이후 40여년만에 처음으로 이집트를 국빈 방문했다. 당시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취소한 시기와 맞물려 온갖 관측을 낳았다. 야당 탄압을 이유로 소원해진 미국과 이집트의 관계, 이라크전, 이스라엘_팔레스타인 사태 등 미국에 대한 중동의 반감이 푸틴 방문에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중앙아에 대한 러시아의 입질은 올해 초 우크라이나로 가는 천연가스를 차단한데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21세기는 자원전쟁’이라고 판단하는 러시아 정부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앞세워 중앙아를 서방의 동진을 차단하는 완충지대로 삼으려 한다.

고유가는 중동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영원한 원유수출국으로 여겨졌던 중동 산유국들은 천문학적인 원유 판매 수입으로 국내 소비가 팽창하면서 자국의 원유 소비량도 어느 때 보다 커졌다. 이 때문에 외국 수출 물량이 줄어 들어 고유가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