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 주파수 같이 좀 씁시다."
LG텔레콤의 남 용 사장이 기업의 미래를 걸고 경쟁업체를 향한 '구애 작전'에 나섰다. 상대는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은 "표현은 완곡하지만 사실상 도발"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남 사장은 4일 LG텔레콤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이 독점 사용하는 휴대폰 서비스용 800㎒ 주파수를 공동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서울 등 84개 도심 지역을 제외한 산간 등 외곽지역에서 800㎒ 주파수를 로밍(연결) 형태로 함께 쓰자"며 "LG텔레콤은 불통지역을 해소하고 SK텔레콤은 수수료를 챙기는 등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곽 지역의 경우 SK텔레콤의 800㎒ 주파수 사용률이 6~22%에 불과, 로밍 제공 여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LG텔레콤은 11월 800㎒ 주파수와 LG텔레콤 가입자용의 1.8㎓ 주파수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듀얼밴드 휴대폰을 출시키로 했다.
남 사장은 "로밍을 지원해도 SK텔레콤의 통화품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며 "SK텔레콤이 계속 거부하면 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남 사장이 이처럼 800㎒ 주파수 로밍을 강력 주장하는 이유는 사활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현재 LG텔레콤은 676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나 SK텔레콤과 KTF 등이 최근 시작한 휴대인터넷(와이브로),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등 차세대 통신서비스를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2000년 IMT-2000 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돼 2㎓의 주파수를 할당받았으나 퀄컴이 IMT-2000용 동기식 칩 개발을 중지해 차질을 빚게 됐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현재 사용중인 1.8㎓ 주파수에서 고속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동기식 3세대 서비스(EV DO 리비전A)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기존 이동통신을 위한 기지국 설치 비용을 아낄 수 있도록 800㎒ 주파수 로밍이 절실한 상황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그러나 "가격이 비싼 듀얼밴드 휴대폰 출시는 소비자를 볼모로 떼를 쓰겠다는 속셈"이라며 "로밍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정부에 호소한다는 발상 자체가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며 덧붙였다.
● 800㎒와 1.8㎓
800㎒ 주파수는 전파 도달 거리가 길고 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건물 등 장애물을 만나도 휘어지기 때문에 산간벽지나 지하 등에서도 통화가 잘 된다. 반면 1.8㎓ 주파수는 전파 도달 거리가 짧고 휘지 않는 직진성을 갖고 있다. 건물 등의 장애물이 있으면 휘어서 비켜갈 수 없고 지하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해 800㎒ 주파수보다 약 1.5배 정도 더 많은 기지국과 중계기를 설치해야 한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