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준비에 나선 A씨. 안정적인 직장이 최고라는 생각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A씨의 친구들도 40%가 7ㆍ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일반기업체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는 그 절반도 안되는 16%뿐이다. 선배들을 보면 평균 졸업 후 1년은 꼬박 준비해야 취업을 하고, 그나마 10명 중 1명은 3년이 넘어도 취업이 안된다. A씨도 그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밤잠을 설치곤 한다.
#정년을 채우기 전에 직장에서 퇴직한 B씨. 자의반 타의반 그만뒀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정년을 채운 사람은 12% 정도밖에 안되니 억울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다만 자녀들 뒷바라지 하느라 노후 생활비를 모으지 못해 무슨 일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 같다. 많은 월급은 바라지 않는다. 한 달에 50만~1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는 직장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B씨의 소박한 꿈이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 조사결과에 나타난 국내 청년층(만15~29세)ㆍ고령층(만55~79세) 취업 희망자의 평균 모습이다. 지난 5월 전국 약 3만3,000가구를 표본 조사해 도출된 통계청의 조사결과는 늦은 취업과 이른 퇴직에 신음하는 한국의 고용시장을 고스란히 드러내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이 졸업ㆍ중퇴 후 첫 취업을 하기까지 평균 1년이 걸렸으며, 10%는 3년이 넘게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임금근로 취업경험자의 첫 직장 근속기간은 1년9개월에 불과해, 어렵게 직장을 잡고도 만족하지 못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첫 직장을 그만둔 사유로는 보수ㆍ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이 41.1%였고, 건강ㆍ결혼 등 개인적 이유가 21.3%, 전망이 없어서가 10.3%로 뒤를 이었다. 청년층의 공무원 몰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취업준비자 중 7ㆍ9급 일반직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비율은 무려 40.6%. 일반 기업체 취업준비 비율은 16.2%로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취업하기도 어렵지만 정년을 채우기도 어려웠다. 정년퇴직으로 가장 오래 다닌 직장을 그만둔 노령층은 12%에 불과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가 27.5%, 사업부진ㆍ폐업 등이 19.2%,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가 13.9%, 권고사직ㆍ정리해고 등은 4.5%를 차지했다. 직장을 그만둔 나이는 평균 만 54세였다.
퇴직자 중 57.9%는 여전히 근로를 갈망하고 있었다.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많았고, 근로형태도 고령층 70% 이상이 시간제가 아닌 전일제 근로를 원했다. 받고자 하는 급여 역시 월평균 50만~100만원 미만(38.1%), 100만~150만원 미만(28.2%), 50만원 미만(13.9%) 순으로 질박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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