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말 침대를 새로 구입한 정모(25ㆍ여ㆍ서울 도봉구 수유동)씨. 침대를 방에 들이자마자 정씨는 매트리스에서 매캐한 역겨운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고, 이내 목이 메이고 눈이 따가워 눈물과 콧물을 흘려야 했다. 정씨는 며칠 뒤 구토증세까지 일으키며 결국 이비인후과 신세를 졌다.
새 가구를 구입한 소비자 5명중 2명은 눈이나 목이 따가운 증세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최근 2년간 새 가구를 산 소비자 3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87.5%가 가구에서 자극적인 냄새를 맡았고, 43.6%는 눈이나 목이 따가운 증상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4일 밝혔다.
소보원은 또 소파 4종, 부엌가구 1종, 사무용 가구 1종, 침대 3종 등 생활가구 9종에 대한 유해물질 방출량을 시험한 결과, 가죽소파 4종 모두와 부엌가구 1종에서 환경마크 인증기준을 초과하는 양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방출됐다고 밝혔다. 침대 2종과 사무용 가구 1종에서는 환경마크 인증 기준을 초과하는 포름알데히드가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마크는 가구 등 각종 제품이 환경성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 환경부가 부여하는 자율인증으로 현재 영업규모가 큰 18개 가구제조업체 중 6개 업체가 환경마크 인증을 받았다. 소보원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많은 곳에 있으면 두통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으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에 장시간 노출되면 정서불안이나 기억력 감퇴가 나타날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가죽소파의 경우 합성가죽소파가 천연가죽소파보다 휘발성 유기화합물 방출량이 많았고, 합성가죽이 두꺼울수록 더욱 그랬다. 가구의 냄새와 악취와 관련해 소보원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은 2002년 34건, 2003년 43건, 2004년 88건, 지난해 99건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으며, 소비자불만이 많은 가구의 품목은 소파가 92건으로 가장 많았고, 침대 75건, 옷장 37건, 책상 또는 책장 24건 순이었다.
소보원 생활안전팀 관계자는 “새집증후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건축자재에 대한 유해물질 배출 기준은 있으나 실생활과 밀접한 생활가구에 대한 관리기준이 마련돼있지 않다”며 “일단 가구업체에 유해물질 방출억제효과가 큰 마감재를 쓰도록 하고 출고 전 유해물질이 방출될 수 있도록 충분한 보관기간을 가지도록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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