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달 28일 비공개로 만난 사실을 놓고 추측성 뒷말이 무성하다.
이 만찬 회동이 뒤늦게 알려지자 “노 대통령이 당의 부동산세제 개편 요구를 수용해주는 대신 김 의장이 김병준 교육부총리 카드에 동의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김 의장이 7ㆍ3 개각을 전후해 김 부총리에 대한 당내 반발을 적극 무마한 것이 노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러자 청와대와 당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두 분의 회동은 맞지만 개각과 관련한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청와대도 “대통령이 고유권한인 인사 문제를 당과 협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우 대변인이 이를 해명하느라 관행을 깨고 대화내용까지 세세히 소개하면서 노 대통령과 김 의장 사이에 신경전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우 대변인에 따르면 오후 6시30분부터 2시간동안 만찬을 했으며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만 배석했다.
우선 선거가 화제에 올랐다. 김 의장은 “선거참패로 어려움에 처한 당을 누군가가 맡아야 하기에 책임을 졌다”며 “대통령이 도와달라”라고 말했다. 이에 노 대통령도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했다. 이 때만해도 분위기가 부드러웠다.
하지만 김 의장이 부동산세제 개편 얘기를 꺼내면서 긴장감이 깔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의장은 선거민심을 앞세우며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애로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며 개편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통계수치를 인용하며 부동산대책의 효과만 강조했을 뿐 확답을 피했다. 김 의장이 다시 요청을 했으나 노 대통령은 “경청하겠다”, “생각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 의장은 결국 빈손으로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이 때부터 다음날(29일)로 예정된 노 대통령과 비대위원의 청와대 만찬까진 긴박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김 의장은 비대위원들의 반발을 우려해 김한길 원내대표, 문희상 전 의장 등에게만 회동 결과를 알렸으나 다른 비대위원들이 이를 눈치챘다. 비대위원 중 일부는 “청와대에 가지 말자”고 나섰다. 선거 참패 후 첫 당청 회동이 깨지며 파국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김 의장은 문 전 의장에 ‘SOS’를 보냈다. 문 전 의장은 청와대를 상대로 재협상에 나섰지만 만찬 직전까지 평행선만 달렸다. 비대위원들이 청와대 행 버스를 탄 뒤에야 “노 대통령이 재산세율을 일부 조정키로 했다”는 얘기가 전달됐다. 이런 흐름 때문에 만찬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후문이다. 한 참석자는 이를 ‘팽팽한 신경전’으로 표현하면서 “재산세율 하나 바꾸기가 참 힘들더라”고 토로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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