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4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속앓이’라는 표현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개각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탓인지 “어떻든 속이 아프다”며 “이 정부가 끝날 때까지 이런 속앓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회의를 시작하면서 대뜸 기획예산처 장관 내정자인 장병완 차관에게 “장관 대행으로 참석했느냐”고 물었다. 장 차관이 “그렇다”고 답하자 노 대통령은 좌중을 둘러보면서 “오늘은 장관들이 다 나온 것 같다”고 뜸을 들였다. 참석 장관들은 노 대통령 언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행간을 읽느라 긴장된 표정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난번 국무회의를 주재할 때 (장관 대신) 차관들이 많이 나와 ‘대통령이 힘이 빠져서 차관들이 나온 것’이라고 신문들이 쓸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총리 주재 회의에 차관 대참이 많았다는 말이 있어서 지난번에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장관 불참자가 몇 명인지) 헤아려봤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말 한명숙 총리가 주재한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위원회’ 회의에 당연직 위원인 장관 15명 중 10여명이 불참하고 차관이나 실ㆍ국장들이 대신 참석했다는 언론 보도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에 한 총리는 지난번 국무회의에 차관들의 대참이 많았던 반면 이날 국무회의에는 장관 대부분이 참석한 데 대해 “국회가 끝나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그렇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한숨을 내쉬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어떻든 속이 아프니까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그래도 좋은 일도 많이 있을 것이므로 오늘 국무회의를 다시 희망을 갖고 해보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청와대 풀기자에게 공개된 회의에서 이같이 언급한 것은 언론들이 개각을 강하게 비판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레임덕’(권력누수)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장관들이 더 분발해달라고 당부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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