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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클래식 박수부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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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클래식 박수부대의 힘

입력
2006.07.0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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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수나 탤런트들에게만 팬클럽이 있는 것은 아니다. 클래식 음악가들에게도 팬클럽이 있다. 인터넷이 생활화했을 때부터 그들은 연주회를 관람하는 동호회 형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그 수가 늘어나 수 백 명, 많게는 수 만 명의 회원이 활동할 정도다.

최근 한 클래식 공연장에선 록 콘서트처럼 환호성이 나오고, 연주되기 전에 야광봉을 흔들거나 심지어 직접 제작해온 ‘오빠 사랑해요’라는 사인 보드도 등장했다. 점잖은 공연장에서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 염려되었지만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느 시대나 연주자들은 ‘인기’라는 것과 떨어져서 살아갈 수 없었고, 그것은 흥행이나 후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문헌에서도 볼 수 있듯이 파가니니와 같은 비르투오조의 연주를 들은 수많은 여성 관객들은 실신하는 사람도 있었고, 극성 팬들은 공연하는 지방을 찾아 여행하기도 했다. 흥행을 좌우할 정도로 훈련된 ‘박수부대’도 있었다. 소위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는 훗날 그들보다 더 유명해진 예술가들도 나왔다.

오늘날의 ‘예술가 팬클럽’은 과거보다 훨씬 조직적인 네트워크를 만든다. 주로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한 공연이 끝나면 게시판에 공연 감상문이 쇄도하고 다음 연주회 티켓을 공동구매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모임도 가지며 음악에 대해 토론하는 그들은, 클래식을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사람들부터 음악평론가 수준의 식견을 갖춘 매니아들까지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의 역할은 이제 클래식을 대중화하려는 연주자의 역할만큼이나 중요해졌다.

그러다 보니 좋은 현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에서 인기있는 예술가를 비판하면 자신의 우상을 보호하려는 팬들이 몰려가 항의하는 집단이기주의적인 현상도 나타난다. 흔치 않은 클래식 팬클럽이 보여주는 초기 진통일 것이다. 같은 팬클럽 속에서도 너무나 다른 음악적 지식 차이 때문에 문화적 이질감이 돌출되는 현상도 있다. 그러나 이런 충돌들은 네트워크 안에서 수많은 토론을 거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해결점을 찾아가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은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클래식을 전혀 모르는 관객들이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와 같은 음악 공연을 빼놓지 않고 관람하기도 하면서 그의 자서전을 찾아 읽는 모습을 보면, 연주자인 나로서도 적지 않은 놀라움에 휩싸인다. 이 모든 현상이 모두가 그토록 외쳐대는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모토에 한 걸음 가까이 가는 길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조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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