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지역 살림을 이끌어갈 지자체장들이 집무를 시작했다. 특정 정당 일색으로 단체장들이 도배된 것을 우려하면서도 그 과반수가 교체되고, 대부분이 ‘CEO형 살림꾼’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어 본다.
특히 검소하고 의미있는 취임식으로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거나, 불요불급한 개발과 공사를 ‘주민에게 실효가 없다’는 이유로 재고하겠다고 밝힌 단체장들이 눈에 띈다.
그 동안에는 청사와 단체장 집무실을 ‘대한민국 최고’로 꾸미느라, 관사와 관용차량을 개선하느라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잦았다. 3만여 명의 군민을 위해 200억원짜리 문화회관을 건립하고, 전체 주민이 한솥밥을 먹는 일시적 이벤트를 위해 수억원을 투입, 초대형 가마솥을 제작해 애물단지를 만들기도 했다.
과학관 문화관 도서관 등을 경쟁적으로 건립했으나 주민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예산낭비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새 단체장들이 ‘도정감시 주민연대’ 등의 지적을 수용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니 지켜볼 것이다.
지역 살림과 발전을 위해 주민들의 세금을 알뜰살뜰 사용해야 하는 것은 단체장의 본분이다. 그래서 취임축하 화환 대신 쌀 포대를 받아 나눠 주고, 취임식을 주민과의 대화 기회로 활용한 단체장들의 모습이 보기에 좋다.
반면 대통령 취임식에 버금가는 초호화 취임식을 가진 충북도지사의 행태는 유감스럽다. 취임식만을 위해 4,000여만원을 들이고, 관사와 집무실 수리에 5,000여만원을 썼다고 한다. 충북도는 광역단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최하위권인 곳이다.
일본에서는 ‘아깝다’는 한 마디로 정치경험이 없는 여교수가 재선의 현(縣)지사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그는 새로운 역사(驛舍)건립 등 대형공사의 동결을 주장하며 “아들ㆍ딸, 손자ㆍ손녀에게 청구서를 남기는 불요불급한 예산낭비는 아깝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이 말에 공감해 현의 살림을 맡겼다. 주민들은 아까운 예산을 낭비하는 단체장들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무엇이 아까운 일인지 늘 따져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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