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장에 '이구백' '십장생' 등의 말이 새로 생겨났다고 한다. '이십대 90%는 백수' '십대들도 장차 백수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란다. '취업 5종세트'니 '밥터디' 등의 신조어도 늘어나고 있다.
우스갯소리나 재미로 흘려 듣기에는 담긴 메시지가 너무 딱하고 처절하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동량(棟梁)들이 취업전선과 산업현장에서 꿈과 소신을 펼쳐볼 기회도 갖지 못한 채 낙담하고 좌절하는 정도가 이렇다면 국가나 정부의 존재이유를 심각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정부의 부정적 유산을 말끔하게 청소해 우리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 놓았다고 자부하는 참여정부에서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연초 기자회견에서 양극화 해소를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일자리 창출'이 바로 해답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기 한 달 전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큰 진리를 발견한 것처럼 "앞으로 모든 경제정책을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딴 일에만 정신을 팔았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정부가 가만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공부문에서 '사회적 일자리'를 만든다며 지난해 1조 4,038억원, 올해 1조 5,436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엉성해 이 돈은 '먼저 보는 놈이 임자' 또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낭비되고 있다는 사실이 국회에서 지적되고 정부도 시인했다. 그러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만 체결하면 일자리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것처럼 말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과잉학력 사회가 요구하는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가 급속히 줄어드는 것이다. 실업통계에 잡히지 않는 '구직포기 취업준비생'들이 올 상반기 신규 일자리 31만여개를 훨씬 넘는 49만명이나 된다. 해답은 경쟁력있는 기업이 투자를 늘리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 '경제는 잘 되는데 민생이 어렵다'는 도착적인 말만 하고 있으니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는 상식을 일깨우는 일도 참으로 어렵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