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공시지가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재산세 인상율 상한선을 5~10%로 낮춘 것은 5ㆍ31 지방 선거 참패의 주범으로 꼽힌 부동산 중과세에 따른 민심 이반을 수습하려는 전향적인 정책으로 풀이된다. 그 동안 "부동산정책의 후퇴는 없다"며 강경입장을 고수한 참여정부로선 한발 물러선 셈이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입만 열면 서민경제에 올인하겠다고 했지만,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이 역대 어떤 정권 때보다도 급등했다.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이번 재산세 인하는 서민들에 대한 배려와 잘못된 부동산정책에 대한 손질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 등 참여정부 참모들은 "헌법만큼 고치기 힘든 부동산 세제를 만들겠다"거나, "세금 폭탄은 아직 멀었다"며 국민들의 혈압을 높여왔다.
그러나 재산세 인하 조치는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재산세율만 미세 조정하고, 세금폭탄 논란을 가져온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은 손대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재산세 인하보다 양도세와 종부세를 완화해야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나오고, 실수요자들의 거래도 촉진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채를 장기간 보유한 소유자나 고령자 등에 대해서는 한시적인 양도세 면제 등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8ㆍ31, 3ㆍ30 대책 등은 부동산 시장 안정과 정책의 일관성 등 두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중과세로 부동산시장이 동맥경화증에 걸리고, 건설경기 침체도 가중시킨다면 보완해야 한다. 재산세 인하 기준이 왜 6억원이냐 하는 점도 논란거리다.
노무현 대통령은 6억원 미만 주택 소유자는 투기세력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그럼 6억원 이상의 주택소유자들은 투기세력인가? 서울 강남이나 분당 등 신도시에서 30~40평형대를 분양받거나, 어렵게 대출받아 집을 마련한 후 장기 보유한 다수의 봉급 생활자들이 투기꾼으로 몰려 세금 폭탄을 맞아야 하는가?
정부는 1999년 1가구 1주택자라도 고가주택에 대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지 않기위해 비과세 상한선을 6억원으로 책정했다. 당시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1만3,000가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들어 6억원 이상 주택은 14만가구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요즘 평범한 봉급생활자도 6억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재산세 경감 기준을 6억원으로 한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자 계층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요즘 시장에선 8ㆍ31 대책에 대해 '팔지 말고 3년간 기다리면 일난다', '3ㆍ30대책'에 대해선 '3년간 기다리면 삼삼해진다'는 유머가 나돈다고 한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리라.
이의춘 산업부장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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