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건설업체들의 '화두'는 역시 해외건설이다. 올 2월 해외수주 총액 2,000억 달러를 돌파했던 해외건설 붐은 하반기에도 그 기세를 멈추지 않을 태세다. 실제 국내 건설경기의 '해빙기'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유가 수혜로 인한 중동 지역 등의 '오일 러시'는 놓칠 수 없는 돌파구다.
최근 실적을 보면 건설업체들이 해외건설에 얼마나 주력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3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수주액은 올 상반기에만 84억8,800만 달러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37%의 증가율을 보였다. 건교부는 하반기 수주 전망치를 70억 달러, 올해 연간 수주 전망치를 150억 달러 이상으로 전망했다. 이는 1997년의 140억 달러를 넘어서는 사상 최고액이다.
개별 건설업체들의 '수주경쟁' 현황을 살펴보면 150억 달러 돌파는 무난해 보인다. SK건설은 이날 쿠웨이트 국영석유화학회사(PIC)의 자회사인 국영정유회사(KPPC)가 발주한 12억2,700만 달러 규모의 방향족 제품 생산 플랜트 공사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공사는 쿠웨이트시티 남쪽 40㎞ 지점의 슈아이바 산업공단 플랜트 건설 공사이며 기간은 3년이다.
SK건설은 지난해 1월 이탈리아 테크니몽사와 이 공사를 공동 수주했으며 지분은 45%인 5억5,215만 달러다. SK 관계자는 "KNPC가 발주하는 60억 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건설공사 프로젝트 입찰에도 참여, 추가 수주전망이 밝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GS건설도 이날 LG상사와 함께 오만 국영 석유회사 산하 아로마틱스 오만 LLC사가 발주한 12억1,000만 달러 규모의 아로마틱스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이 공사는 오만 무스카트 북서쪽 230㎞ 지점에 위치한 소하르 산업단지 내에 파라자일렌 및 벤젠 제조공장을 건설하는 것으로 7월 착공, 2009년 8월 마무리할 예정이다.
완공시 이 공장은 파라자일렌 연 80만톤, 벤젠 연 20만톤 등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량을 자랑하게 된다. GS건설은 이 공장의 설계, 구매, 시공, 시운전을 담당하고 LG상사는 생산품의 판매를 맡게 된다. GS 관계자는 "GS건설 입장에서는 단일 해외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2억260만 달러 규모의 두바이 제벨알리항 컨테이너 부두 및 부대시설 확장 공사 1단계 사업을 수주한데 이어 다음달말 쿠웨이트의 아주르 신정유공장 항만 및 저장탱크 공사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 밖에 올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1~4위를 차지한 현대중공업(14억 달러), 대우건설(13억 2,000만 달러), 삼성엔지니어링(9억5,000만 달러), 두산중공업(8억5,000만 달러) 등 대형 업체들도 하반기 해외진출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해외건설이 대형 업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최근 알제리 신도시 건설 사업에 국내 중소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동일하이빌, 우림건설, 반도, 공간건축, 삼정씨앤씨 등은 한국토지공사와 함께 알제리 수도 알제시에서 30㎞ 떨어진 부이낭 지역에 100만평 규모의 신도시 사업을 추진하기로 알제리 정부와 합의했다.
진출 지역과 공사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어 해외건설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건교부에 따르면 중동 지역(44억6,200만 달러)의 경우 올 상반기에도 수주액 1위 지역 자리를 지켰지만 수주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 정도에 그친 반면,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22억7,900만 달러)와 아프리카(11억3,700만 달러) 지역은 전년 동기보다 배 이상 증가하는 등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공사 종류별 수주액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토목이 2배, 건축이 4배, 전기통신이 7배 급증하면서 플랜트 위주의 수주 구조가 다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정부도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알제리ㆍ아제르바이잔팀'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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