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경제부총리-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라인으로 짜여진 참여정부 제4기 경제팀의 색깔은 ‘개혁’보다는 ‘안정’쪽이다. 정통 경제 관료들로 팀이 구성됐다는 것은 일을 새로 벌이기보다는, 주어진 과제들을 매끄럽게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새 경제팀의 하이라이트는 권 부총리(내정자) 아닌 변 실장(내정자)인데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참여정부 출범 이래 경제팀의 무게중심은 경제부총리 보다는 정책실장 쪽이었다. 역대 면면만 봐도 김진표-이헌재-한덕수로 이어진 경제부총리 라인보다는 이정우-박봉흠-김병준으로 연결되는 정책실장 라인에서 실질적 무게감이 중량감이 느껴진다. 그만큼 경제정책을 청와대가 주도해왔다는 뜻도 된다.
두번째 이유는 변 실장 개인의 역량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 영향력 강한 동문인맥(부산고 21회)을 바탕으로 변 실장은 오래 전부터 ‘경제각료 가운데 최고 실세’란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개각에서도 변 실장의 거취(부총리냐 정책실장이냐)가 ‘독립변수’였으며, 권 부총리는 ‘종속변수’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향후 경제팀 내에서도 권 부총리 보다는 변 실장이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이 같은 미묘한 역학관계를 떠나 새 경제팀은 역대 어떤 경제팀에 비해 ‘동질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개혁성향의 학자 출신들이 다 떠나고, 정통 경제관료로만 경제팀이 꾸려진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권 부총리와 변 실장, 그리고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내정자)까지 모두 구 경제기획원 출신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의사결정의 스펙트럼을 당으로까지 넓히면 여당 정책 사령탑인 강봉균 정책위의장까지 구 기획원 출신이어서, 동질성은 한층 배가된다.
권 부총리나 변 실장 모두 ‘대외 개방론자’이자 ‘안정 성장론자’들이다. 시기도 그렇고, 개인성향도 그렇고, 향후 정책방향도 여기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개방쪽에선 한ㆍ미자유무역협정(FTA)의 흔들림 없는 추진, 안정성장 측면에선 경제활력제고를 통한 경기관리와 일자리 창출 등이 경제운용의 최대 우선순위이다. 투자촉진을 위해 기업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것이고, 출자총액제한 역시 이런 맥락에서 손질이 이뤄질 공산이 높다.
일부에선 “실용적 관료들이 포진한 만큼 부동산정책도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지만, 쉽게 손대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기관리 역시 ‘인위적 부양은 없다’고 못박은 터라, 전면적 내수 진작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복지ㆍ분배정책이 더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예산장관 출신의 변 실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교통정리에 나설 경우, 재원조달 및 배분 문제로 표류했던 ‘양극화 해소’ 과제들은 정책추진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 정부인사는 “정책추진은 결국 재정문제로 귀착된다. 이 부분이 바로 변 실장 임명의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새 경제팀이 처한 환경이 ‘임기 말+경기하강’의 최악조합이란 점이다. 한 재계인사는 “이 문제는 거시정책 보다는 미시정책으로 풀어야 하는데 새 경제팀은 한결같이 거시 전문가들로 짜여져 있어 어떻게 대처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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