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명 넘는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초대형 여객기 A380 개발로 하늘 높이 뻗는 듯 했던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이 A380 생산 차질로 주가가 곤두박질하는 등 최악 위기에서 결국 조종사를 바꿨다.
EADS는 2일 프랑스측 최고경영자(CEO) 노엘 포르자르(59)를 퇴진시키고 프랑스 국영철도 SNCF의 루이 갈루아(62) 사장을 앉혔다. 에어버스 CEO도 독일 출신 구스타프 훔베르트(56)에서 프랑스 건축자재 업체 생 고뱅 임원을 지낸 크리스티앙 스트레프(51)로 바꿨다.
포르자르에 대한 사퇴 압력은 지난달 14일 EADS가 “기술 문제로 인해 A380이 2009년까지는 주문 마감대로 만들 수 없어 배달도 늦어질 것”이라고 시작했다. EADS는 에버버스 지분 80%를 갖고 있다. 당시 유럽 주식시장의 주가는 34%나 폭락했고 일부 항공사는 계약을 취소하겠다며 배상을 요구했다.
화살은 A380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포르자르에게 향했다. 그는 지난해 전임 CEO 필립 카무스를 쫓아내고 자리를 차지했다. 1998년부터 에어버스 사장으로 있으면서 매출을 크게 늘려 보잉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만든 실력도 있었지만 실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시라크가 총리 시절 경제자문관으로 일한 인연이다.
포르자르는 이후 경쟁사 보잉이 787드림라이너 등 중형 여객기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며 150억2,500만 달러를 들여 초대형 여객기 사업을 밀어붙였다. 2월 시험 비행에 성공할 때만 해도 그는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기술적 결함 문제로 비행기는 제 때 납품되지 못했다. EADS는 앞으로 4년 동안 25억6,000만달러를 손해 보게 생겼다. 뒤늦게 뛰어든 중형 여객기 사업은 시장에서 완전히 외면받고 있다.
여기에 포르자르가 자식들, 몇몇 임원진과 A380 인도 지연 발표 이전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거액을 챙겼다는 도덕성 시비까지 겹치며 일반 주주들까지 사퇴 압력에 가세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정부ㆍ금융 당국이 그의 내부자 거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서는 상황에서 불명예 퇴진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CEO교체는 미봉책일 뿐이며 독일-프랑스의 불안한 동거가 계속되는 한 EADS의 미래는 여전히 어둡다고 입을 모은다. EADS는 2000년 설립 때부터 최대 주주 독일(22.5%)과 프랑스(30.37%)가 함께 운영해왔고 상대방의 인사나 담당 영역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수 없다.
황금알 낳는 항공우주 산업을 양보할 수 없다는 두 나라의 욕심이 만든 어정쩡한 구조다. 사업성보다는 두 나라 정치 상황에 휘둘릴 때가 많고 서로 좋은 분야를 차지하려는 암투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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