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 집에서 생전 엘비스의 춤을 흉내내는 활동적인 사진이 아침 신문에서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전용기 에어포스 원으로 이 곳을 안내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를 바라보고 있고, 엘비스의 딸과 전 부인이 동석해 있다.
미국 취향이 다분한 한 일본인의 안쓰러운 제스처에다, 대국의 총리로서 경박해 보이는 인상을 무릅쓰고 양국의 밀월을 말하려는 외교적 퍼포먼스로도 읽혀진다.
■ 즐거운 웃음들 뒤에는 진창에 빠진 6자 회담과 북한 핵 문제가 난감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미일 두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를 합창했다. 그리고 이는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원하는 북한에게는 차가운 주변 정세를 다시 상기시켰을 법하다.
그러나 북한에 압력을 가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정책은 한국을 비롯한 나머지 회담국들의 반대로 고립 상태에 처해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여기서 새삼 부각되는 것은 한미 공조나 한일 공조는 미약하거나 없다는 사실이다.
■ 6자 회담 교착 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은 여러 모로 분석된다. 협상의 주도권을 자신이 쥔 채 문제를 미결 상태로 관리해 강경 부시 정권의 임기를 넘기는 것이 그 하나이다.
또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시켜 핵 능력을 쌓아가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실제 6자 회담의 직접 이슈였던 농축 우라늄 문제는 차치하고, 국제 감시의 고삐를 벗어난 2002년 이후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은 '누적 일로'이다.
■ 1994년 제네바 합의로 동결됐던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활동은 2003년 2월 영변의 5MW 원자로가 재가동되면서 재개됐다. 지난 해 4월 북한은 이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는데, 이어 플루토늄 추출 작업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얼마 전 이로부터 추출한 플루토늄은 15kg까지 될 것으로 추정했다. 2003년 이전 북한은 이미 20~28kg의 플루토늄을 추출, 보유한 것으로 돼 있고, 제네바 합의 이전 보유량을 최대10kg으로 보면 올 상반기 현재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은 총 20~53kg에 달한다.
핵 폭탄 한 개에 플루토늄 4~5kg이 필요하며 따라서 지금 북한은 4~13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간과 함께 이 합산(合算)도 계속 가게 돼 있다. 지구상에 또 하나의 '공식' 핵보유국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