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다 승부차기 끝에 꿈이 좌절된 잉글랜드가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비극의 주인공은 ‘축구천재’ 웨인 루니(21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당초 독일월드컵에서 잉글랜드에 우승컵을 안길 영웅으로 대접 받았지만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퇴장 당하며 탈락의 빌미를 제공한 원흉으로 지목 받고 있다.
8강전 탈락 직후 퇴장을 유도하는 듯한 행위를 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안 호날두를 맹비난했던 영국 언론과 팬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루니의 철없는 행동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중요한 경기에서 상대의 급소를 밟는 행동을 하는 바람에 퇴장을 받아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내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떠나는 사령탑’인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과 데이비드 베컴이 루니를 옹호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에릭손 감독은 “루니는 잉글랜드의 골든보이다.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잉글랜드가 우승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98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퇴장을 당해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베컴도 ‘“그도 나처럼 똑 같은 비난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루니는 잉글랜드의 미래”라며 감쌌다.
하지만 이들도 할 말이 없다. 베컴은 6년간 간직해온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완장을 스스로 벗으며 ‘베컴 시대’의 종말을 고했고, 에릭손 감독도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야인으로 돌아갔다. 에릭손 감독은 잉글랜드 축구협회 여직원과의 섹스스캔들과 위장한 취재진의 유도 심문에 선수들의 험담을 늘어놓는 실수로 그의 명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독일월드컵에서의 선수 선발 문제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면서 에릭손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에릭손은 월드컵 엔트리 발표 당시 저메인 데포나 데리어스 바셀 등 검증된 선수를 제외하고 17세의 유망주 시오 월컷(아스널)을 뽑아 구설수에 올랐었다. 더욱이 이번 월드컵에서 마이클 오언이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그를 기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엔트리 특혜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잉글랜드는 새 사령탑인 스티브 매클래런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아 축구종가 재건에 나섰지만 독일월드컵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전망이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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