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형의 스타 두 사람이 독일월드컵 준결승에서 정면 충돌한다. 이탈리아의 스트라이커 루카 토니(29ㆍ피오렌티나)와 독일의 수문장 옌스 레만(36ㆍ아스널)은 ‘메이저대회’에서 뒤늦게 만개한 대표적인 경우.
토니는 10년이 넘는 무명생활 끝에 ‘월드 스타’로 우뚝 선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194cm, 89kg의 당당한 체구를 지닌 토니는 1994년 모데나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10년여동안 하부리그를 전전했다. 한때 세리에A에서 활약하기도 했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2부리그로 강등되는 불운을 겪었다.
그러나 그의 재능은 2003~04 시즌 세리에B(2부리그) 득점왕에 오르면서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2005~06 시즌에는 무려 31골로 세리에A 득점왕을 차지하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일부에서는 유럽선수권과 월드컵 본선 등 큰 무대에서의 경험 부족을 우려하기도 했지만, 그는 우크라이나와의 8강전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초반 10분 간격으로 두 골을 몰아치며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뽐냈다.
독일의 철벽 수문장 옌스 레만은 오랫동안 ‘2인자의 설움’을 겪었다. 1998년 대표팀에 첫 선발됐지만 월드컵, 유럽선수권 등 ‘메이저대회’에서 단 한번도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동갑내기 올리버 칸(바이에른 뮌헨)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르겐 클린스만이 독일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무한 경쟁’을 선언한 클린스만은 레만을 주전으로 선택했고, 그는 그 동안 벤치를 지키며 쌓인 한을 풀기라도 하듯 신들린 선방을 펼치고 있다. 레만은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2개의 페널티킥을 막아내 ‘전차군단의 수호신’이 됐다.
와신상담한 끝에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토니와 레만, 5일 펼치는 두 늦깎이 스타의 맞대결에서 누가 승리를 거둘 지 주목된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