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명인 성금연(1923~1986ㆍ사진)이 타계한 지 20년, 가야금 연주자 100명이 힘을 합쳐 추모 무대를 마련했다. 5일 저녁 7시 30분, 고인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연주했던 서울 신촌의 산울림 소극장에 모여서 그의 음악과 삶을 돌아본다. 이에 앞서 4일 저녁 같은 시각, 그의 외손녀인 가야금 연주자 김귀자(KBS 민속반주단 단원)는 외할머니의 창작곡들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독주회를 한다.
성금연은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국악계 최고의 스타였다. 가야금산조 하면 ‘성금연류’로 통했고, TV나 라디오의 방송 음악이나 춤 공연의 반주 음악을 도맡다시피 할 만큼 활동 폭도 넓어서 가야금 연주자치고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1968년 가야금산조의 첫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산조 외에도 ‘흥’ ‘춘몽’ ‘새가락 별곡’ ‘눈물이 진주라면’과 같은 뛰어난 가야금 창작곡을 남겼고, 15현 가야금과 철가야금을 만들어 연주하기도 했다.
그는 경기 굿음악의 대가였던 해금의 명인 지영희와 결혼해 나란히 한 길을 걸었다. 그러나 이 부부의 뛰어남이 오히려 화를 불러 국악계에서 오해를 샀고, 그로 인해 1974년 미국 하와이로 이민을 떠난다. 이민 10년 만인 84년 잠시 귀국해서 산울림 소극장에서 한 연주가 그의 마지막 무대였다.
산울림극장 공연은 연주와 영상, 토론과 대담으로 진행된다. 가야금을 전공한 그의 네 딸 지성자(60) 미자(57) 순자(56) 윤자(54)씨가 모두 참여해 어머니의 삶과 예술에 대해 들려주며, 딸들을 대표해 지순자씨가 성금연류 산조를 연주한다. 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을 틀고, 참석자들끼리 성금연의 음악에 대해 토론을 한다.
김귀자는 ‘춘몽’ ‘새가락 별곡’ ‘눈물이 진주라면’을 연주한다. ‘눈물이 진주라면’은 성금연이 하와이에서 남편 지영희와 사별한 뒤 그리운 마음을 담아 작곡한 사부곡이다. 딸들에게 선물로 준 녹음 테이프에는 “눈물이 진주라면 모았다가 나눠줄 텐데, 눈물은 자국도 남지 않으니 가야금 소리로 옮겨 준다”는 육성이 들어있다. 전통적인 명주실 가야금보다 여음이 길고 울림이 큰 철가야금으로 연주하는 이 곡은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처럼 느리고 슬픈 가락이 깊은 정한을 전한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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