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3일 여당 안팎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육부총리에 지명했다.
최근 상당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지방선거 주요 패인인 부동산 및 세금 정책 입안을 주도한 김 전 실장을 중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제동을 걸었다. 개각 발표에 앞서 한명숙 총리가 이 같은 여당 내 반대 기류를 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교육계에는 “교육 분야에 사실상 문외한인 그가 난마처럼 얽힌 교육 현안을 풀어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 섞인 비판이 팽배하다. 그런데도 왜 굳이 그였을까.
노 대통령이 ‘김병준 카드’에 집착한 것은 우선 정책 분야의 권력누수(레임덕) 현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정통하면서도 추진력을 갖춘 김 내정자가 공교육 강화, 고교 평준화 유지 등을 골간으로 한 교육개혁 정책을 강력히 밀고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김 내정자가 내각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한 것 같다. 국무위원 20명 가운데 청와대ㆍ여당 출신이 15명이 넘지만, 김 내정자 만큼 분명하게 노 대통령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이 같은 기대는 결국 “노 대통령이 결국 김 내정자를 총리로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낳고 있다.
이 연장선상에서 청와대는 “김 내정자 만큼 포괄적 정책 능력과 안목을 갖고 있는 적임자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교육정책은 다른 정책들과 깊은 연관이 있을 뿐 아니라 각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분야”라며 “정책 전반을 다룬 인사가 교육장관에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내정자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일조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교육 정책 경험이 거의 없는 김 내정자가 교육부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이에 청와대는 “김 내정자는 전국사립대교수협의회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고, 정책실장 재직 중 교육혁신위와 수십 차례 토론하기도 했다”고 반박한다.
물론 노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에 따른 신뢰 관계도 당연히 인선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1992년 노 대통령이 만든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이사장을 지냈고, 지난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 정책자문단장을 맡았다. 노 대통령의 김 내정자 지명 강행과 청와대의 배경 설명에 일반 여론이 얼마나 공감할지 궁금하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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