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어린이 신문의 학교 단체 구독을 사실상 금지조치 했다. 어린이 신문의 순기능과 교육적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물론, 어린이와 학부모의 입장은 들어보지도 않은 채 일부 교원 단체의 편향적이고 일방적인 주장만을 받아 들인 셈이다.
● 또래 문화를 일구는 호미
그 동안 학부모들이 학교의 방침에 따라 어린이 신문을 자녀들에게 읽도록 한 가장 큰 이유는 신문활용교육(NIE)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학부모들 사이에는 지금까지 어린이 신문이 훌륭한 교육자료이며 ‘제2의 교과서’라는 믿음이 있었다.
실제로 학교현장에서 아침 자율학습 시간 등을 통해 어린이 신문을 꼼꼼하게 읽도록 교육 받은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눈 높이에 맞춰 제작된 어린이 신문을 통해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한 가치판단 능력을 키우고, 자신들만의 또래 문화를 형성해 왔다.
어린이 신문은 좋은 읽기 자료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에서 갈수록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글쓰기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됐다. 담임교사의 지도 하에 이루어지는 신문 활용교육은 교과서보다 앞선 최신 지식과 정보를 통해 학교 현장의 배움에 대한 갈증을 푸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은 물론, 그 자체로 훌륭한 논술 교육이었다.
게다가 인터넷의 확산으로 영상매체와 게임이 책을 비롯한 기존의 활자매체를 완전히 압도해 어린이들의 정서가 메말라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어린이 신문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든든한 나무이자 그늘이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사회단체는 물론 심지어 정부조차 손 놓고 있던 교육의 사각지대에서 어린이 신문은 우리 사회의 새싹들에게 맞춤형 정보와 교양을 제공하고, 그들의 건전한 문화를 일구는 호미와 쟁기였던 셈이다.
그런 까닭에 교육부의 어린이신문 구독 금지 조처는 더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학부모 단체를 이끌고 있는 사람으로서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과도함을 넘어 학교의 자율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비친다. 교육계 일부의 주장만을 수용한 공문 1장으로 어린이 신문 활용 교육 전체를 얽매고, 어린이 세계를 없애는 것이 교육부가 펴야 할 올바른 정책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교육부의 임무는 오히려 어린이 문화를 지켜내고, 그것이 더 튼튼하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아니던가. 어린이 신문의 구독 금지가 정녕 교육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의 실행 이전에 어린이 신문이 학교에서 자취를 감추었을 때 우리 교육이 얻는 것은 무엇이며 또 잃는 것은 무엇인지 교육현장의 주체인 교사 및 학부모, 학생들과 함께 꼼꼼히 따져보았어야 할 것이다.
● 구독금지 원점에서 재검토를
교육부는 이제라도 자신들이 취한 조치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교실에서 어떤 신문을 볼 것인가 또는 신문을 활용한 교육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주체는 교육부가 아니라 교육 현장의 학부모와 어린이 그리고 교사들이어야 한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