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을 드러내야 산다.
2006 독일월드컵 4강에 오른 팀들의 명제다. 확실한 색깔을 드러낸 팀만이 승리를 낚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 팀들은 승리의 여신으로부터 버림받았다.
‘아트사커’ 프랑스와‘삼바축구’ 브라질의 8강전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결과는 0-1 브라질의 패배.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아드리아누, 카카 등‘신 황금 4인방’을 앞세워 우승은‘떼놓은 당상’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그 중 누구도 프랑스전에서 브라질다운 화려한 개인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프랑스는 돌아온 아트사커의 사령관 지네딘 지단의 눈부신 활약과 티에리 앙리의 결정적인 한 방으로 대어를 낚았다. 그 동안 보여 주지못한 창조적인 공간 창출과 공격이 승리를 이끌었다.
프랑스는 유럽의 브라질이라 불리는 포르투갈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포르투갈은 화려한 개인기와 유럽의 힘을 적절히 섞은‘자줏빛 축구’로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승부차기 끝에 꺾었다. 40년만의 4강 진출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강호이면서도 월드컵 때만 되면 작아지던 그들. 하지만 개인기와 힘을 적절이 섞은 포르투갈 특유의 축구를 추구한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 감독의 용병술이 징크스를 깼다.
반면 잉글랜드는 스웨덴 출신의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을 영입, ‘킥 앤 러시’의 단순한 축구에서 미드필드에서의 정밀 축구로 체질개선을 해왔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 채 4강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카테나치오(빗장수비)’ 이탈리아도 상대를 질식시킬 정도의 촘촘한 수비망을 앞세워 4강에 올랐다. 9번을 수비해 무실점으로 막고 단 한번의 공격에서 골을 넣으면 이긴다는‘축구 경제학’에 가장 부합하는 팀. 우크라이나를 3대0으로 이길때까지 5경기에서 미국전 크리스티안 차카르도의 자책골을 제외하고 단한골도 내주지 않은 수비로 4강에 진출했다. 안드리 셰브첸코의 원맨쇼에 의존한 우크라이나가 세계 최강의 수비망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빗장수비는 독일 전차군단이 허물지도 모른다.
독일은 8강전에서 최강의 전력을 갖춘 아르헨티나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기고 이탈리아와 맞붙게 됐다. 공격의 다양함은 떨어졌지만 독일전차다운 뚝심과 고공 공격을 앞세워 기어코 4강에 올랐다. 독일월드컵 최강의 팀으로 군림해온 아르헨티나는 독일전에서 그들만이 간직한 공격적이면서도 화려한 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며‘영원한 10번’ 마라도나의 꿈을 저버렸다.
‘아트사커(프랑스)’ vs ‘자줏빛 축구(포르투갈)’,‘카테나치오(이탈리아)’ vs ‘전차군단(독일)’의 준결승. 이 승부의 명암 역시 결국 저마다 가진 축구 색깔을 얼마나 진하게 풀어놓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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