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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법원 '좌파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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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법원 '좌파밀기?'

입력
2006.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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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투표일 직전에 멕시코 법원이 과거 우파 정권이 자행한 ‘더러운 전쟁’의 단죄에 나섰다. 2일 투표가 시작되는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우파 후보에 박빙의 리드를 하는 상황에서 나온 법원의 조치는 ‘좌파후보 밀기’란 의심을 받고 있다.

멕시코 연방형사법원은 1968년 학생시위를 유혈 진압한 ‘틀라텔롤코 광장 학살’ 사건과 관련, 루이스 에체베리아 전 대통령(84)의 가택연금을 지난달 30일 명했다. 68년 10월 멕시코 하계 올림픽을 10여일 앞둔 당시 내무장관이었던 에체베리아는 무력진압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보안군의 학살로 희생된 학생은 공식 집계가 50명, 비공식 집계는 350여명에 이른다. 에체베리아는 70~76년 대통령 재임 때 우파 정치깡패를 동원해 민주세력과 좌파 정적을 탄압한 ‘성체 축일 대학살’ 등을 배후 조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법부의 조치는 좌파바람과 함께 중남미에서 불고 있는 과거사 청산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가택연금이 공교롭게 대혼전 양상으로 치닫는 선거 막판에 나와 조치의 순수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대선 여론조사에선 좌파인 민주혁명당(PRD)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보수 우파인 국민행동당(PAN) 펠리페 칼데른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2000년 PAN 비센테 폭스 후보에게 패해 71년 장기집권을 마감했던 제도혁명당(PRI)의 로베르토 마드라조 후보는 3등으로 처져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미치지 못하는 오지가 많고, 오브라도르 후보 측근의 뇌물사건 등이 터지면서 판세는 좌파의 우세가 흔들리는 박빙 양상이다. 따라서 법원의 조치가 선거 막판에 변수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에체베리아는 PRI 소속으로 대통령을 지냈고 지금도 이 당적을 보유하고 있다. PRI가 지방에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데다 이번 선거에서 의원 선출도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은 이런 시각에 힘을 싣고 있다.

에체베리아에 대한 과거사 조사는 현 폭스 대통령에 의해 시작됐으나 주요 단계에서 사법부의 반대에 부딪혀왔다. 법원은 작년 7월 에체베리아에 대한 체포영장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에체베리아가 저지른 범죄의 공소시효는 퇴임 이후 30년이기 때문에 올해 만료된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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