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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운이라고? 비법·정보력 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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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운이라고? 비법·정보력 덕이지!

입력
2006.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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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게 운이 좋았다고? 천만의 말씀.”

포르투갈 골키퍼 페레이라 히카르두는 2일 잉글랜드와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역대 월드컵 사상 최초로 상대 선수의 킥을 3번이나 막아내며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그는 이날 승부차기에서 볼을 차기 전 잉글랜드 키커가 공을 차는 방향을 정확히 예측, 3개의 공을 밖으로 쳐 냈다. 단 한번 허용한 오언 하브리그스의 킥도 방향은 읽었으나, 강하게 찬 볼이 아깝게 손에 맞고 튕겨져 골문으로 들어간 것.

히카르두는 경기 직후 “승부차기는 복권과 같지만, 나에게는 승부차기를 막는 비결이 있다”면서 “TV로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나에게 운으로 막았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그 비결은 공개하지 않았다.

독일의 옌스 레만(아스널) 골키퍼는 1일 아르헨티나와의 승부차기에 앞서 코칭스태프로부터 한 장의 쪽지를 건네 받았다. 쪽지에는 아르헨티나에서 키커로 나올 선수들 명단과 최근 2년 동안 그들이 주로 어떤 방향으로 볼을 차 왔는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 쪽지를 양말에 끼워두고 키커가 바뀔 때마다 참고한 레만은 로베르토 아얄라와 에스테반 캄비아소의 킥을 정확히 막아내며 이날 경기의 영웅이 됐다.

승부차기에서 공이 키커의 발을 떠나 골문으로 도착하는 시간은 평균 0.4초. 반면 골키퍼가 공의 방향을 읽고 몸을 던지는 데는 평균 0.6초가 걸린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승부차기는 골키퍼보다는 키커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승부차기 실패율은 23%.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총 24차례의 승부차기 시도에서 13회만 성공, 성공률이 54%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골키퍼들이 예년처럼 육감이나 눈썰미에 의존하기보다는 상대 선수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철저한 준비를 하고 나오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키커로 많이 나서는 것도 골키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우크라이나와의 16강전 승부차기에 나선 스위스 키커들은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공을 차기 전부터 얼굴이 사색이 돼 나오더니, 결국 3번 내리 실축하는 부끄러운 기록을 세우고 말았다.

월드컵 사상 3번의 승부차기에서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는 독일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그 전통을 이어갔다. 독일은 아르헨티나와의 8강 승부차기에서 4명의 키커가 모두 성공, 월드컵 무대에서 22명이 승부차기에 나서 21명이 성공하는 승부차기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 잉글랜드는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에 승부차기로 패한 이후, 승부차기로 승부가 결정 난 국제대회 경기에서 5연패 하는 수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유독 승부차기 승부가 많다. 8강전까지만 벌써 3차례. 82년 스페인월드컵부터 승부차기가 도입된 이후 90년 이탈리아대회(4회)에 이어 가장 많은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축구 팬들은 일부 강팀들이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골문을 지키는 데만 급급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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