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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입양아 가족대회 "내 뿌리는 한국 확인 자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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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입양아 가족대회 "내 뿌리는 한국 확인 자랑스러워요"

입력
2006.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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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a Korean. It’s cool!(난 한국인이에요. 멋진 사실이죠!)”

살굿빛 피부와 검은 머리카락, 짙은 갈색 눈동자.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우리나라 ‘고딩’과 ‘중딩’이지만 미국인 가정의 아이들인 벤과 킴(여)이 한국을 찾았다.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미국으로 보내진 뒤 각각 17년, 14년 만의 일이다. 이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제8회 세계한인입양인 가족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서울에 왔다.

“한국에서 온 다른 친구들보다 피부색이 어두워서 제 고향이 한국이 아닌 다른 곳이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었어요.”

1일 오전 강남구 포이동 국립국악학교를 방문한 벤은 한국 학생들의 얼굴부터 유심히 살펴봤다. 살갗이 까무잡잡한 벤은 자신보다 더 검게 탄 학생들도 많은 것을 보자 어린시절 가졌던 콤플렉스를 털어버리는 듯 했다. 미국의 학교에서 수영선수로 활동 중일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는 벤은 이날 한국의 또래들과 축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동생 킴은 3학년 교실에서 여학생들과 함께 구슬로 장신구를 만드는 비즈공예 실습을 했다. 제대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킴과 여학생들은 예쁜 구슬을 만지며 끊임없이 재잘댔다. 수업종료 종이 울리자 여학생들은 아쉬운 듯 킴과 함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 한국에 데려다 주고 싶었습니다.”

아버지 마이크 스탤리(51ㆍ캘리포니아 주정부 공무원)씨는 벤과 킴이 한국의 또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에 흡족해 했다. 스탤리씨는 “아이들은 미국 시민으로 살아가겠지만 뿌리는 한국”이라며 “모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아이들이 자기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믿어요”라고 말했다.

스탤리씨는 1985년 결혼 후 아이가 생기지 않자 입양을 결심했다. 하지만 입양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입양기관은 신원과 소득조사는 물론, 아이가 살게 될 집까지 찾아 꼼꼼히 체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겨우 88년 입양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림픽을 치르느라 입양을 일시 제한한 한국정부의 조치로 1년을 더 기다린 끝에 아이를 데려올 수 있었다.

“그게 벤이에요. 예정대로 됐다면 이렇게 사랑스러운 벤이 우리 가족이 될 수 없었겠죠. 그래서 오히려 한국정부에 감사합니다.”

스탤리씨는 벤과 킴이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7년 전부터 한국의 전통무용도 가르치고 있다. 이날 국립국악학교를 방문 것도 미국에서 배운 한국무용 솜씨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는 “입양아들은 미국과 모국, 두 나라 문화를 쉽게 체득할 수 있습니다”라며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미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오히려 장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가 8회째인 세계한인입양인 가족대회는 한미 입양가족네트워크(KANN)가 주최하고 국제 한국입양인봉사회(INKAS)가 주관해 2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 크리스 윈스튼 KANN회장은 “입양들에게 자신이 태어난 곳을 체험하게 하고 한국의 입양단체들과의 유대를 다지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대회를 개최했다”며 “입양아들이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입양 후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 못한 입양아 100여명과 가족 등 모두 250여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그룹을 나눠 전통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입양인의 취업과 결혼문제 등 각종 세미나를 열었다. 입양아 가운데 2명은 이번 행사에서 한국인 생모를 찾아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기도 했다. 2일 공식일정이 끝난 뒤에는 가족별로 자유롭게 여행을 하는 등 한국을 체험하는 기회를 갖는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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