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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다시 도진 자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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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다시 도진 자해병

입력
2006.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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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묘한 것이 정치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1970~8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을 이끌어온 야전사령관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그의 정치여정은 그에게 따라다니는 급진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크게 보아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를 노리고 있는 이재오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이 원내대표는 불행하게도 단명했던 민중당 출신으로 김 대표보다 더 좌파였다. 그러나 냉전적 보수세력인 한나라당에 합류했고 이후 자신의 급진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즉 진보운동 출신들이 진보 콤플렉스 때문에 보수적인 정치인들보다 진보적 입장을 펴기에 더 어려움이 있고 때로는 더 보수적인 입장을 펴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이재오 공성진 의원의 막말

이재오 원내대표가 이 같은 진보 콤플렉스 때문에 결국 ‘오버’를 해 사고를 치고 말았다. 학교급식 문제로 온 나라가 난리를 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학교급식법 등 민생법안에 대해 “사립학교법 개정이 안 되면 소소한 문제는 큰 틀에서 넘어설 수밖에 없다”며 사학법 개정과 다른 법안 처리를 연계하겠다는 강경방침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차피 7, 8월이 방학이라 급식 수요가 9월에 발생하니 괜찮다”는 궤변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강경론은 결국 여론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의 보수적인 의원들로부터도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말았다.

문제는 민심을 외면한 이 같은 태도가 이 원내대표의 진보 콤플렉스만이 아니라 지방선거 압승에 따른 오만하기 짝이 없는 한나라당의 전체적인 분위기에도 크게 기인한다는 점이다. 이는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의 또 다른 막말이 잘 입증해주고 있다. 공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대해 김정일 방위사업청장에게 “지나친 자주에 대한 강조가 나라를 망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다 뒤집혀 감옥에 간다”고 호통을 쳤다.

물론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대해 공 의원과 한나라당이 현 정부와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집권을 한다고 그동안 추진하던 정책이 다 뒤집힌다면 그것은 정책의 연속성이라는 점에서 여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또 김 방위사업청장과 차세대 전투기 사업 관련자들이 감옥에 가야 할 만큼 문제가 되는 직무유기나 비리를 저질렀다는 정보를 공 의원이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들에 대해 벌써부터 정권이 바뀌면 감옥에 간다고 엄포를 놓은 것은 문제가 많다.

그리고 공 의원이 그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정권이 바뀔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그 같은 정보를 폭로해 문제되는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공 의원의 직무유기다. 그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보도 없이 단지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대한 철학이 공 의원과 다르다는 이유로 정권이 바뀌면 이들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면 이는 말도 되지 않는 국회의원의 직권남용이고 인격모독이다.

최근의 한국정치, 특히 노무현 정부 집권 이후 한국정치는 누가 자살골을 많이 넣고 자해를 많이 하느냐는 자해 경쟁을 특징으로 하는 자해의 정치라고 말할 수 있다. 탄핵 당시 노 대통령이 오만한 언행으로 자해를 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이 탄핵 강행이라는 거의 자폭 수준의 더 큰 자해를 해서 존폐의 위기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 지방선거 압승에 도취된 오만

그런데 얼마 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자 그 같은 뼈아픈 기억을 다 잊어버리고 문제의 자해병이 다시 도지고 만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니 보기에 따라 반가운 일이다. 어쨌든 공 의원의 협박대로, 한나라당이 싫어할 이 같은 칼럼을 쓴 괘씸죄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나 역시 감옥에 가는 것은 아닌지 은근히 걱정은 된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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