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현대미술의 매혹으로 가득찬 전시가 서울 평창동의 가나아트센터 내 갤러리 미루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에 하나 뿐인 아프리카 현대미술 전문 화랑 ‘터치 아프리카’(관장 정해종)가 가나아트센터와 공동주최하는 전시로, 짐바브웨의 쇼나 조각과 웨야 페인팅, 콩코쿠바 족의 직물예술인 쿠바 클로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웨야 페인팅과 쿠바 클로스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다. 쇼나 조각은 서양에는 1970년대부터 널리 알려졌고, 국내에서는 터치 아프리카가 2001년 전시회를 통해 처음 소개해서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당시 관객들은 머나 먼 아프리카에서 온 그 멋진 조각들이 지닌 독특한 정서와 현대적인 미감에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것 같은 흥분과 감동을 느꼈다. 그 때부터 쇼나 조각 붐이 일어 비슷하지만 엉뚱한 물건들이 시중에 왕창 나돌기도 했다.
웨야 페인팅은 짐바브웨의 작은 농촌 마을 웨야에서 80년대 후반 등장한 신생 예술이다. 그곳 농협의 기술훈련센터에 와 있던 독일인 화가 일제 노이의 지도로 마을 처녀들이 그리기 시작했다. 국제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인데, 터치 아프리카가 찾아내 마을과 독점 계약을 하고 해외 소개와 작품 활동 지원에 나섰다.
천이나 합판에 농촌의 일상과 여자들의 일, 그네들의 문화적 전통과 주변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그려넣은 이 그림들은 화려한 색감과 빼어난 디자인이 멋지다. 그림에 담긴 이야기는 소박하고 재미있다. 가슴이 작아서 고민하던 두 여자가 할머니가 일러준 대로 물방개에게 젖꼭지를 물리러 가는 이야기(‘큰 가슴을 얻는 방법’)처럼 민담을 담은 것도 있고, 음악과 춤과 맥주가 있는 마을의 즐거운 한 때나 일하는 여인들을 그린 것도 있다.
쿠바 클로스는 콩코 쿠바 부족의 예술이다. 야자섬유로 짠 직물에 손바느질로 다양한 기하학적 문양을 박아넣은 것인데, 문자추상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조형미가 일품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진작부터 인기라고 한다.
쇼나 조각은 짐바브웨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쇼나 족의 조각이다. 기계를 쓰지 않고 오직 정과 망치로 쪼아낸 이 작품들은 우아하고 당당하다. 이런 작업 방식은 돌에 영혼이 있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쇼나 조각가들은 돌의 영혼이 이끄는 대로, 돌 속에 숨어 있는 형상을 찾아내 작품을 만든다.
쇼나 족의 돌 다루는 솜씨는 예로부터 유명한데, 현대미술로서 쇼나 조각이 나타난 것은 50년대부터다. 짐바브웨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초빙된 영국인 프랭크 맥퀸이 쇼나 인들의 예술적 재능을 발견하고 격려하면서 시작됐다. 쇼나 조각은 69년 뉴욕 현대미술관 전시를 시작으로 71년 파리 현대미술관, 72년 로댕 미술관에서 차례로 선보여 격조 높은 예술로 인정 받았다. 전시는 20일까지 한다. (02)720-102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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